지식

세마 코랄의 ‘연결’ 주제어와 SeMA 의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겨난, 시각문화/예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적 과제에 관해 논하는 지식을 선보입니다.

글과 웹 프로젝트를 함께 수록해서 세마 코랄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지식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목록 보기’는 수록된 글과 웹프로젝트의 제목을 부호-숫자-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공개된 날짜를 보여줍니다.
‘목록 다운로드’를 누르시면 발행순으로 수록된 글의 목록을 정리한 전자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이미지의 오래된 미래와 미세한 눈금들 : 온라인 이주 시대의 소장, 보존과 전시

    곽영빈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드러난 디지털 대상에 대한 사법적, 학술적 이해와 미술관의 디지털 작품에 대한 이해를 유비한다. 또한, 디지털 대상의 존재론적 함의를 재검토하는데, 이를 위해 포스트인터넷 시대에 실제 원본과 디지털 복사본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약화되면서 더 이상 허구적이지도 이차적이지 않은 디지털 대상의 존재론적 위상 변화를 함께 지적한다. 이와 함께 결과물이 아닌 결과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해진 디지털화는 작품의 ‘생산’과 ‘소비’가 재정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아가 베르그송, 하이데거, 육 후이의 논의를 거치며 디지털 대상이 ‘사물과 표상의 가운데’에 있음을 주장함으로써 디지털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2023 문화/과학 x SeMA 공동 포럼: AI는 생성하는가

    AI에 관한 미술계 안팎의 말의 자리를 기다리셨을 여러분께 드리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문화/과학』은 공동으로 AI를 마주한 지금의 지식과 예술을 진단하는 포럼을 엽니다. 포럼 1부는 AI에 관해 독창적 논점을 펼치는, 『문화/과학』 114호의 필자 여섯 분의 발표와 사회로 “AI 생성과 추출의 역학”을 가시화합니다. 2부는 미술관에서의 AI 담론 형성이라는 본 포럼의 맥락을 배경으로, 1부의 발표자들과 함께 큐레이터, 예술가가 결합해 “AI와 창작의 미래”에 관해 토론을 펼칩니다. AI 기술 발달의 속도만큼이나 AI 담론 또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윤리성 문제로 넘어가기에 앞서, AI에 관한 가장 첫 질문이었던 창작과 결부된 쟁점과 실천에 대한 토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요청됩니다. 무엇보다 상호 교차가 필요한, AI를 둘러싼 이번 담론장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 AI를 위한 새로운 이름 짓기

    연일 내 타임라인을 도배하는 AI 개발 이슈들 속에서 나를 사로잡는 것은 기술보다도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말)다. 누스코프 선언을 통해 ‘지능’이라는 말을 다시 보았고, 구글 람다의 지각 논란으로 ‘지각이 있는’이라는 표현을 곱씹게 되었으며, ChatGPT에 대한 노엄 촘스키의 발언을 통해 ‘표절’의 기준을 재고하게 되었다. 언급한 표현뿐만 아니라 인지, 이해, 창의성, 학습, 지식, 소통 등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휘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AI로 열린 신조어 대잔치에서는 나는 이전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맡은 기분이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였던 나는 오늘도 화려하게 펼쳐지는 기술 발전 소식에 감탄하기는커녕, ‘누가, 왜 이런 표현을 쓰는가? 언어는 이 기술권에서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가? 언어의 힘으로 무장된 기술은 앞으로 얼마나 더 권력화될까?’와 같은 불편한 질문을 늘어놓는다.

  • GSR Application Note ― v1.4

    GSR은 Game-Sandbox-Residency의 약자로 동시대 이미지 생산-유통 패턴을 레지던시라는 미술 제도 안에서 실험하는 기획이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온라인 자동 영상 제작 프로그램과 닮아있다. 이 프로그램의 원형은 MS 오피스 등의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던 시각 템플릿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서비스와 GSR의 가장 큰 기술적인 차이라면 최종 결과를 인코딩 서버를 통해 영상 파일로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HTML5의 캔버스와 WebGL을 이용해 웹브라우저에 출력한다는 것이다. 이 문서는 GSR 시스템의 설계-구현-운용에 관해 작성한 일종의 기술문서, 그중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어플리케이션 노트에 가깝다. 하지만 여기서 더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기술에 관한 서술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GSR의 분절점이다.

  • GSR 매개/관람 기록물

    이 글은 필자가 GSR 플랫폼 개발 과정을 매개한 사람으로서, 동시에 시각 예술을 자주 관람하는 한 명의 관람자로서 남기는 기록이다. 필자는 GSR 플랫폼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기획자–개발자–생산자(작가) 사이의 의도와 의견을 매개-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즉 ‘동시대 이미지의 생산-유통 패턴을 레지던시라는 미술 제도 안에서 실험’하는 한 형식이 생산되는 과정에 포함되어있으면서도, 동시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개입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셈이다. 그렇게 이중적인 위치에서 필자는 과연 GSR 플랫폼이 소위 ‘동시대 이미지/콘텐츠 소비’ 지형 내에서 다른 이미지나 콘텐츠와는 무엇을 달리 보여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였고, 한편으로는 GSR 플랫폼이 전시에서 구현된 최종 결과물의 형태로서 사용자/관람자들에게는 어떻게 다르거나 다르지 않게 보이는가를 질문하게 되었다.

  • 〈작품작가작업 (piece-artist.work)〉 피드백

    2021년 11월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마 코랄 워크숍/강연 두 번째 시간은 김나희 작가의 작품 〈작품작가작업 piece-artist.work 〉(2021) (이하, 〈작품작가작업〉)에 관한 렉처 퍼포먼스로 펼쳐졌습니다.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인 〈작품작가작업〉을 제작하며 느낀 아쉬움을, 작품 발표 이후 시차를 두고 풀어내는 자리로 …

  • 가속화되는 기술의 쓰나미 속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감수성

    후니다 킴은 오늘날 예술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지, 예술은 기술을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특히 창작 도구로서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넘어, ‘사유체로서 기술’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디어에 대한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기술을 통한 새로운 표현, 관점, 감각 사이의 차이와 조화를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 강연과 대화: 요청형 웹을 위한 브라우저

    세마 코랄의 네 번째 워크숍/강연은 디자이너이자 웹 기반 현대미술 작품을 발표하는 윤충근 작가가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 제안에 실험적으로 제시한 ‘요청형 웹을 위한 브라우저 〈코랄(CoRaL)〉과 〈마블(Marble)〉’에 관한 질문과 대화로, 2022년 11월 9일, 펼쳐졌습니다. 온라인으로 관객과 만난 이 시간, 작가는 자신의 일련의 작업이 맺고 있는 웹브라우저 역사와의 관계성과 그간 연구해 온 여러 지식을 공유하며, 세마 코랄이 제시한 기획적 화두인 ‘미술관 교육 활동과 질문하기’에 관해 어떠한 자신만의 작가적 질문과 형태로 호응했는지를 밝혀줍니다. “미술관 교육에서 질문하기란 관람객과 작품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수행으로 개인의 서사나 개인화된 렌즈를 호출한다.”

  • 게임 - 샌드박스 - 레지던시 - 텍스트 Game-Sandbox - Residency - Text

    GSR을 레지던시로 설정한 이유는 20여 년간 국내 미술 현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국공립 창작공간은 하나의 제도로 자리를 견고히 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프로그램을 갱신하거나 이를 재고하는 노력이 있었는지 질문하고자 함이다. 영상과 조각, 평면 등 많은 작업이 디지털 소스를 현실에 출력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에 반해 레지던시는 여전히 물리적 스튜디오와 이를 활용한 개별 예술가의 작업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레지던시의 지향점은 공유하는 시간성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능성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인데 GSR은 개별 예술가의 디지털 작업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것이 웹 프로그램을 통해 뒤섞이는 일종의 공동 작업 환경으로서 제안되었다. GSR은 당대의 창작 개념, 생산물의 소유권, 콜렉티브 형태를 비켜서는 탈중심적 개념에 닿고자 했던 시도였다.

  • 그레이 - 샌드박스 - 레지던시 (Grey - Sandbox - Residency)

    〈그레이 - 샌드박스 - 레지던시 (Grey - Sandbox - Residency)〉는 《그리드 아일랜드(Glid Island)》 전시와 연계해서 진행한 비공개 토크 프로그램이다. 이 토크는 2018년에 《난지아트쇼》를 통해 선보인 《회색전집(The Collected Works of Grey Literature)》과 2022년에 서울시립미술관의 2022년 기관의제 ‘제작’ 주제전 《그리드 아일랜드》를 통해 공개한 GSR(Game-Sandbox-Residency)의 예시를 통해, 물리적 작품으로 수렴되는 ‘미술제도’ 주변에서 생산되는 광범위한 유무형의 데이터를 다룬다. 레지던시가 매체와 작품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미술관의 기능인 제작을 담당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좀 더 넓은 범주에서 작품 제작의 인프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 나의 기계 소유 역사기

    배인숙은 기계를 소유하며 사용해 온 자신의 역사를 들려주면서 기계의 역사를 되짚는다. 라디오, 카세트, 시디, 엠디, 엠피쓰리, 엘피, 컴퓨터,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등의 전자기기와 신디사이저 같은 전자악기의 등장을 소개하고, 이러한 기계를 소유하게 된 경위 및 사용 경험을 생생하게 전한다. 기계를 통해 만난 취향과 곤경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다.

  • 단수도 복수도 아닌 플랫폼: 비평가의 웹사이트

    자신의 글을 쓸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엮인 책,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편집해 온 이한범 미술비평가를, 그의 웹사이트를 제작한 민구홍 웹프로그래머와 함께 2022년 11월 1일 서울시립미술관 사무동의 회의실에서 인터뷰했습니다. 한 비평가의 웹사이트로 시작해 여러 의미로 생성된 텍스트의 장소를 같이 방문해 보세요. “비평가가 스스로 자료를 정리하고 목록화하는 행위가 ‘반(反)비평적’이라고 느꼈는데, 그건 아마도 장소를 점유하고 스스로를 가시화하는 일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비평은 유령처럼 계속 이동하고 사라지고 다시 등장하고 기능했다가 또 잊히고 하는 모습이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웹사이트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어떤 곤경을 마주했기 때문이었어요. 글쓰기의 곤경이었죠.”

  • 닿고 싶습니다: 다정하기 단련

    이렇게 미래 미술관의 의제를 발굴하고 학습하고 축적해 오던 중, 전 인류를 덮친 팬데믹의 발발은 미술관의 경로를 재설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접촉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와 동격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고, 나눠 쓰고 함께 쓰는 공유경제의 활동들은 크게 위축되었다. 미술관들은 이미 오랫동안 활용해 온 온라인 플랫폼을 아예 주된 무대로 삼기 시작했고 메타버스, 가상현실 전시는 기본값이 되었다. 공동으로 활동하는 것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공통의 감각, “함께 움직이며 얻어지는, 혹은 함께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리듬적 동조를 통해 형성되는” 공동성을 만드는 장으로서의 공유지 미술관에 대한 모색은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 두 사막 이야기: 도시 사막과 OS 사막

    사막의 사전적 의미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강수량이 적어 건조해진 지역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열대 사막 외에도 해안 사막, 내륙 사막, 한랭지 사막이 있다. 둘째는 인간의 가치 판단에 의해 방치되거나 버려져 온 장소를 뜻한다. 셋째는 야생으로서 경작되지 않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을 칭한다. 이 글에서 나는 작년부터 관심을 두고 리서치를 해오고 있는 주제로서 사막이 동시대 도시생태와 맺는 관계를 검토함과 동시에, 사막화 과정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지리·정치·경제학적 실재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도시공간, 생태위기, 문화경험, 디지털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목격된 사막의 흔적을 교차 추적함으로써, 오늘날 행성적·물리적·비물리적 영역을 돌고 돌면서 복제되어 가는 사막화에 대한 문화연구적 독해를 시도할 것이다.

  • 들리는 미술관을 말하기

    세마 코랄의 일곱 번째 워크숍/강연은 작가 듀오 다이애나밴드(신원정, 이두호)가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로 리서치하고 제작한 〈미술관 믹스(Mix)〉를 다시 찬찬히 되짚어보는 순간으로 2022년 12월 7일 온라인으로 접속한 관객들과 함께 했습니다. 작가가 채집하고 기록하는 행위에 의해 미술관이 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 작업 〈미술관 믹스(Mix)〉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기록해 둡니다. “저희는 소리와 관계되고 소리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 예를 들면 사람, 사물, 환경 사이의 연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관계하고 태도를 취하고 질문하는지에 관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소리와 매체에 천착하고 그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새롭게 직조하는 것입니다.”

  •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 다변화하는 미술의 존재 양식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술의 존재 양식은 디지털 기반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기반의 미술은 ‘비물질적’이라고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새로운 관계를 생산해 내고 있다. 또한 과거에 배타적이었던 문화 향유가 오늘날로 와서 비배타적으로 바뀌게 되어 디지털 대상은 물질적인 사적 소유 개념과는 다른 형태의 사적 소유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실물 작품 구매와는 달리 NFT 작품 구매는 공동체가 기존 사물에 부여한 의미와 가치를 구매함으로써 해당 공동체에 속한 타인과 함께 그 가치와 의미를 공유함으로써 연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새로운 양식의 미술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 땅의 비트를 들어라

    〈지질학적 테크노〉는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프로그램 《정거장》의 일환으로 제작된 프로젝트다. 하지만 그 핵심이 되는 상상력은 프로젝트를 이끈 작가 안데스의 2017년 남미 여행 중 생겨난 오래된 궁금증에서 비롯되었다. 남아메리카 동부의 거대한 자연 장벽 안데스 산맥 지층의 단면에서 케이크의 절단면을 상상한 그는, 이 발견을 곧 제빵으로 산의 형성과정을 추적한 전시형 퍼포먼스 〈지질학적 베이커리〉(2019-2021)와 서울의 산을 방문하여 여러 지형을 관찰하고 탐험한 참여형 워크숍 〈빵산별 원정대〉(2020) 등으로 구체화한다.

  • 미술관 소장품 데이터의 데이터화, 재:료 기:법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연구자인 김민아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의 ‘재료와 기법’에 대한 정보를 재구성하는 웹프로젝트를 제작한다.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는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도 크게 도맡고 있다. 소장품의 정보의 하나인 재료/기법은 표준적인 범주화를 성취해야 하는 측면을 떨쳐낼 수 없다. 재료/기법은 소장품의 장르를 구분하는 개념 정의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또한 데이터로서의 무결성을 가지기 위해서도, 재료/기법은 정제되어야 한다. 범주화는 모두가 어떤 정보에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인 한편,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확인한다.

  • 비물성 기반 소장품의 저작권법상 쟁점과 법 제도적 대응

    박경신은 동시대 미술의 정의와 조건이 확장하는 가운데 디지털 작품 같은 비물성 기반 소장품의 현행 저작권법에 주목한다. 작품을 알리는 공표 방법 중 하나로 전시가 있지만 온라인 전시는 인터넷을 통해 송신되기 때문에 전시와 공연의 경계에 모호하게 자리매김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술관이 가리키는 ‘전시’와 법률상의 ‘전시’ 사이의 개념 차이로 인한 문제점들, 저작권법상 전시권, 비물성 소장품의 권리 소진의 원칙 및 동일성 유지권의 여부, 그리고 소장품의 디지털화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본질적인 변경”을 중심으로 현행 저작권법의 한계점을 짚는다. 따라서 앞으로 활발해질 온라인 전시와 비물성 소장품들을 위하여 ‘전시’가 가진 의미상의 간극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한다.

  • 세마 코랄과 새로운 질서

    이 글은 2021년 11월 3일 7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온라인으로 진행한 ‘세마 코랄 워크숍/강연 #1: 세마 코랄과 새로운 질서’의 간추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세마 코랄에 디자이너 및 개발자로 참여한 민구홍 매뉴팩처링 운영자 민구홍은 세마 코랄을 구축한 과정을 되돌아보고, 미술과 지식의 영역과 경계에서 웹사이트를 기획, 제작, 운영하며 떠올릴 수 있는 문제를 진솔하게 짚어냈습니다.

  • 소리를 장소로 경험하기, 미술관 믹스(Mix)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사운드 &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다이애나밴드(신원정, 이두호)는 미술관이라는 소리 환경과 미술관에서의 듣기 경험을 나누는 웹프로젝트를 제작한다. 관객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소리’를 늘 감상해왔다. 여기에서 벗어나, 다이애나밴드의 〈미술관 믹스(Mix)〉는 청취자/사용자에게 소리를 섞어 다른 소리환경과 소리경험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다. “어떤 소리들이, 어떻게 구성될 때, 우리들의 몸의 기억은 그것이 ‘미술관’스럽다고 말하는지 궁금해요. 하지만, 동시에 각자 몸의 경험에 따라서 달라지는 낯설지만, 가장 진솔한 ‘미술관’스러운 소리 환경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씨앗 시간을 찾아서

    윤원화는 코니 정의 〈씨앗 시간(Seedtime)〉(2020)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시작해 총 여섯 장면(scene)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씨앗 시간〉은 씨앗이 가진 잠재적 시간을 표상하는데, 이를 본 필자는 잠들어 있는 희망에 대해 고찰하면서 아직 접하지 못한 작품을 상상해 본다. 거리상의 이유로 볼 수 없던 작품을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되자 의식의 흐름은 점차 구체화된다. 이후 직접 현실에서 작품을 보자 ‘씨앗’에서 시작한 의식이 시간의 축적으로 진전한다. 예술과 지식에 있어서 씨앗은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결실을 맺는지 작가의 고민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 아니 그냥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저는 모든 게 너무 커져 버린 거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살짝 질문했는데 엄청 큰 질문으로 되돌아온 느낌을 받았거든요. 포킹룸에 참여했던 연구자, 작가, 관객들. 포킹룸에 궁금한 것을 질문을 부탁드렸는데, 답장이 하나씩 도착하면서 약간 압도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묻는 질문처럼 보인 것들도 있었죠. 그리고 어느 정도는 다 질문 자체에 답이 있더라고요. 맞아요. 그래서 왠지 현문우답이 될 거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 열 손가락과 목소리를 조금씩 밀어내며

    언젠가부터 인간의 신체조건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음악적 환상들이 발견됐다. 주로 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유럽 전통을 따르는 근현대 음악가들의 악보에서 나타난 징후로, 대체로 연습하면 해낼 수 있는 것과 신체 구조상 거의 불가능한 것의 경계면에 있었다. 이어지는 상상들. 소리는 당연히 귀에 들리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청주파수 대역폭 안에서도 일정한 진동수를 가지고, 진동과 통증이 아닌 것으로 느끼게 되는 특정한 공기의 진동, 같은 정의를 만들어보기. 그리고 그 넓은 영역 안에서 음악이라는 개념은 얼마나 작고 얇은지 생각한다. 엄청나게 긴 시간 속에서 인간 신체가 변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몸 바깥에 있는 안경이나 이어폰, 보청기 같은 외부 장착물들이 점차 신체 더 깊은 곳으로 향하며 ‘보철’이라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몸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다.

  • 예술작품의 데이터화, 데이터의 예술작품화

    세마 코랄의 다섯 번째 워크숍/강연은 미디어아티스트 김민아 작가가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로 제작한 〈재:료 기:법(Jae: Lyo Gi:Beob)〉, 그리고 연관된 여러 작업에 관한 해제를 들어보는 시간으로 2022년 10월 26일 온라인으로 접속한 관객들과 함께 했습니다. 우리 앞에 닥친 난감하면서도 흥미로운 데이터 활용의 문제를 예술로 끌어와 새로운 시도로 풀어보는 방법을 찾아본 작가와의 대화를 다시 펼쳐봅니다. “각각의 재료 기법 단어들을 작품과 분리된 채 데이터베이스로 추출했을 때, 각 단어들은 한 작품에 귀속된 단어가 아닌 그 자체로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 온라인 디폴트 시대의 미술작품

    미술 작품 및 전시의 경험이 문학, 영화, 음악, 공연 등의 다른 장르처럼 매끄럽게 묘사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에 내재되어 있는 복합성 때문이다. 최근에는 작품이 가상 공간인 웹과 연동되면서 ‘온라인 디폴트’ 작품이 등장했다. 온라인 디폴트 작품은 오로지 가상 현실에서만 상호작용이 가능한 유형부터 물질 세계에 맞춰 재구성된 작품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이들 모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흐린다. 이 모호해진 경계가 다시 작품과 전시의 복합성을 강화하고 완전히 복제 및 재현될 수 없는 성격을 유지시킨다.

  • 요청형 웹을 위한 브라우저, 코랄(CoRaL)과 마블(Marble)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디자이너 윤충근은 서울시립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 자료에서 나타나는 ‘질문들’에 초점을 맞춘 웹프로젝트를 제작한다. 교육 프로그램의 공개된 또는 공개되지 않은 여러 자료 속에서 우리는 미술관이 여러 방법과 맥락에서 ‘질문하기’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않음을 확인한다. 미술 교육 프로그램에서의 ‘좋은 질문’은 맞는 답을 끌어내기 위해 잘 설계된 질문이 아니라, 배움의 수용자가 기꺼이 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환대하는 질문에 가깝다. 그래서 이 질문들은 어떤 대답으로부터의 요청에 계속 열려 있어야 하고 새로 고쳐질 수 있는 대담함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우연한 몸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삶의 형체와 질량이 한층 더 확장했고, 화면 속 육체가 없는 존재들의 묵직함과 정보의 범람에 의해 다양한 몸들의 윤곽이 얼버무려지고 있는 듯하다. 사용자는 ‘좋아요’와 같은 반응 기반의 상호 작용을 추적하는 통계로 몸을 입증하고, 기계가 생각하는 ‘인간미’가 없다면 몸은 인식되지 못할 수 있다. 매일매일 의식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물리적인 현실과 디지털 환경의 얽힘(entanglement)에 편재하는 굉장한 공허와 대혼란 사이에서 우리의 몸을 정의하고 입증하기 위해 바삐 활동하고 있다. 그 움직임이 중앙 집권화된 편협한 규범성에서의 쳇바퀴 달리기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예상된 패턴을 이탈하는 오류인 글리치(glitch)를 통해 출구전략을 세우고 또 다른 형체의 몸에 도달해 보려 한다.

  • 원형(圓形)의 원형(原形), 원형(原形)의 원형(圓形) + Diffusion

    이 글은 ‘미메시스’와 ‘이데아’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3D 조각 프로그램과 이미지 생성 AI를 통해 미메시스로만 존재하는 원형(原形)의 역설을 이야기하고, 추상이 아닌 반(反)추상으로서 미메시스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반추상이란 추상의 해체이자 이데아의 세계 그 자체로서,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현실과 이데아가 연결되는 ‘단일한 세계관’을 상상한다.

  • 인공적 원본: 합성 텍스트와 번역적 가변성

    언어 모델이 생성한 결과물은 손실 압축된 사본이 아니라 수많은 언어 데이터의 조각들로 구성된 언어적 모자이크다. 이 모자이크는 열등하지 않고 단지 다를 뿐이며, 언어 자체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언어 모델이 생성한 결과물처럼, 우리의 세계 인식은 객관적인 현실의 손실 압축본이 아니라, 방대한 양의 감각 데이터로부터 구성된 “바이브”일지도 모른다. 언어와 생각을 조정하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인 끊임없는 번역의 과정에 동참하고, 언어를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바이브”에 상응하는 새로운 형태로 빚어 나간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스스로의 생각의 번역자가 된다. 이는 우리의 소통방식을 재정의할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실과 인공적인 실로 번갈아 짜인 더 풍부하고 복잡한 언어적 태피스트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 작품작가작업 (piece-artist.work)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미술작가 김나희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의 해제 텍스트를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알고리즘으로 분석해서, 작가 성별에 따라 단어 사용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작품작가작업〉)(2021)을 제작했다. 〈작품작가작업 piece-artist.work 〉 웹사이트의 메인 …

  • 재난, 웹의 경험, 그리고 보편적 접근성

    오늘 제 발표의 제목은 ‘재난, 웹의 경험, 그리고 보편적 접근성’입니다. 거창한 제목과 다르게 시각예술보다는 대중문화에서 포획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조금은 일반론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팬데믹 이후, 빠르게 소통의 간극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네트워크와 클라우딩 컴퓨터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간 고집해온 소통의 방식이 …

  • 존재 양식으로서의 흩어짐 : 영상 작품의 비물질적 소장에 대하여

    이 글에서 나는 비물질적 무빙 이미지의 소장이라는 문제와 관련해 오늘날 미술관이 취할 수 있는 여러 가능한 대응책들 가운데 하나에 대해 논할 것이다. 미리 밝혀 두자면, 이 논의의 목적은 관리상의 실무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현재 어딘가에서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앞으로 고려해 봄 직한 다소 급진적인 제도적 대안 …

  • 지각 너머의 이중적 초객체들: 인류세 예술에서 기술 미디어의 문제

    기술 미디어의 이러한 역할은 동시대 예술에서 어떤 시의적인 특정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것은 티머시 모턴(Timothy Morton)이 명명한 ‘초객체(hyperobject)’처럼, 많은 경우 기후 온난화처럼 시공간적 규모와 양상이 인간 인지와 감각의 능력을 넘어서는, 우리에게 닥친 거대한 상황, 환경, 조건들을 그려보기 위한 시도의 일환에 있다. 모턴은 2010년 『생태적 사유(The Ecological Thought)』에서 초객체가 “스티로폼이나 플루토늄처럼 생각 불가능한(unthinkable) 시간 규모로 존재하는 것이며 (…) 이것은 우리의 제한되고 고정되어있으며 자기지향적인 틀을 와해시킨다.”고 처음 명명하고 정의했다.

  • 채굴되는 지구, 추출되는 데이터: AI 시대의 지도 그리기와 예술

    우리의 관심은 AI가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을 하는지에 관한 것을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AI 알고리즘은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집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훈련(기계학습)하고 그 과정에서 구축한 알고리즘 모델(패턴)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독창적인 텍스트와 이미지, 나아가 사운드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와 창의 산업의 종사자들은 새로운 작품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생성형 AI를 도구로 삼아 혹은 협업의 파트너로 삼아 창의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다. 비록 할루시네이션(환각)의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아마 앞으로의 예술 창작은 생성형 AI와의 대화, 문답,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과정은 예술 창작자와 AI 양자에게 상호 혁신과 진화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