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세마 코랄의 ‘연결’ 주제어와 SeMA 의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겨난, 시각문화/예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적 과제에 관해 논하는 지식을 선보입니다.

글과 웹 프로젝트를 함께 수록해서 세마 코랄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지식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목록 보기’는 수록된 글과 웹프로젝트의 제목을 부호-숫자-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공개된 날짜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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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 손가락과 목소리를 조금씩 밀어내며

    언젠가부터 인간의 신체조건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음악적 환상들이 발견됐다. 주로 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유럽 전통을 따르는 근현대 음악가들의 악보에서 나타난 징후로, 대체로 연습하면 해낼 수 있는 것과 신체 구조상 거의 불가능한 것의 경계면에 있었다. 이어지는 상상들. 소리는 당연히 귀에 들리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청주파수 대역폭 안에서도 일정한 진동수를 가지고, 진동과 통증이 아닌 것으로 느끼게 되는 특정한 공기의 진동, 같은 정의를 만들어보기. 그리고 그 넓은 영역 안에서 음악이라는 개념은 얼마나 작고 얇은지 생각한다. 엄청나게 긴 시간 속에서 인간 신체가 변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몸 바깥에 있는 안경이나 이어폰, 보청기 같은 외부 장착물들이 점차 신체 더 깊은 곳으로 향하며 ‘보철’이라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몸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다.

  • 흩날리는 말, 소리의 삶

    아카이브의 식민성에 대한 고찰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많은 연구자들과 창작자들이 실증주의적 지식관을 극복하려고 시도하면서, 제국의 지식생산과 억압이 맞물리는 순간에 대해 더욱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러한 아카이브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그 당시 식민적 조건과 구조를 밝히고, 그 속에서 저항의 흔적 또한 읽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낸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시도는 문자로 된 아카이브와 그것이 말하는 (혹은 숨기고 있는) 서사에 집중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음성으로 된 자료는 단순히 문자로 된 아카이브에서 밝혀낼 수 있는 서사를 증명하는 표본으로서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인가? 제국의 지식생산이든 비판적 아카이브 분석이든, 소리는 계속 문자와 문자가 만들어내는 서사에 종속되거나, 부차적 자료로 기능하는 것으로만 다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