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세마 코랄의 ‘연결’ 주제어와 SeMA 의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겨난, 시각문화/예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적 과제에 관해 논하는 지식을 선보입니다.

글과 웹 프로젝트를 함께 수록해서 세마 코랄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지식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목록 보기’는 수록된 글과 웹프로젝트의 제목을 부호-숫자-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공개된 날짜를 보여줍니다.
‘목록 다운로드’를 누르시면 발행순으로 수록된 글의 목록을 정리한 전자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글쓰기-달걀의 혁명과 닭의 사랑

    『메두사의 웃음』(1975)에서 앞으로 도래할 “여성적 글쓰기”를 선언했던 식수는 그것의 범례, 혹은 자신의 “뮤즈”를 리스펙토르에게서 발견한다. 식수는 프랑스에서 호세 카스텔로와 한 인터뷰에서 리스펙토르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서구 작가”, “유일하게 비견될만한 작가는 카프카”인 작가라고 거침없이 호명했다. 전문가들보다 어린 소녀들이 더 잘 읽어낸다는 리스펙토르, 순서와 상관없이 읽거나 띄엄띄엄 읽고 있게 될 리스펙토르, 매일 조금씩 읽어도 읽었다는 기쁨을 주는 리스펙토르, 몇 문단만 읽어도 방향상실을 초래하는 리스펙토르. 저 기자에게 리스펙토르의 친구가 들려준,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문장 “리스펙토르를 조심해. 그건 문학이 아니야. 그건 마법(witchcraft)이거든”이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 붉은 가위 여자 (Red Scissors Woman)

    저만치 산부인과에서 걸어나오는 저 여자 옆에는 늙은 여자가 새 아기를 안고 있네 저 여자 두 다리는 마치 가위 같아 눈길을 쓱 쓱 자르며 잘도 걸어가네 그러나 뚱뚱한 먹구름처럼 물컹거리는 가윗날 어젯밤 저 여자 두 가윗날을 쳐들고 소리치며 무엇을 오렸을까 비린내 나는 노을이 쏟아져 내리는 두 다리 사이에서 눈 폭풍 다녀간 아침 자꾸만 찢어지는 하늘 …

  • 어미곰이 불개미 떼 드시는 방법 (The Way Mommy Bear Eats a Swarm of Fire Ants)

    주체할 수 없이 몸이 커진다는 거 상처가 생길 때마다 작은 천 조각 하나 오려 덮고 또 오려 덮고 다시 덮고 그러다보니 이제 내가 조각이불을 덮어쓰고 말았다는 거 우리 엄마는 조각이불은 절대 덮지 말라고 하고 퀼트 같은 건 절대 배우지 말라고 했는데 기우고 기우다보면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그랬는데 내가 지금 쓰레기뭉치 조각이불처럼 걸어간다는 거 한 …

  • 없음과 있음들에 대하여

    “거기에는 늘 내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김남주가 아닌 또 하나의 목소리도 듣는다. 재일이라는 감옥에 갇혀서도 “아니, 오히려 우리야말로 북도 남도 아닌 하나의 조선”이라고 힘주어 외친 남자의 목소리다. 그 오사카 시인은 광주사태를 전해 듣고 이렇게 말했다. “거기에는 늘 내가 없다.” “여기에 있는 것은 갈라진 해협의 거리가 아니라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이다. 시대에 짓눌리면서도 자신의 존재 자체를 ‘무기’로 바꾸려 했던 또 한 명의 시인. 자신의 어둠을 향한 통절한 목소리.” 이 글은 사쿠라이 다이조(櫻井大造)라는 일본의 연극인이 썼다. 여기서 ‘우리’란 ‘바람의 여단’이라는 1980년대 일본의 텐트연극집단을 말하지만, 이 대목은 넘어가겠다. 따로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대신 이 글에서 몇 가지 단어를 챙겨두고 싶다. 목소리, 재일, 감옥, 시인, 어둠, 그리고 ‘존재’.

  • 전 세계의 쓰레기여 단결하라 (All the Garbage of the World, Unite!)

    당신이 떠난 자리에 맥주병 두 개 담배꽁초 한 개 메모지 두 장. 왜 내 전화를 먹니? 메시지를 먹니? 먹을 게 그렇게 없니? 당신은 통신 부르주아. 나는 왜 항상 전화가 무섭니? 나는 당신이 쳐다보면 항상 무엇으로 변해야 할 것 같아. 소파에 고꾸라진 옷 뭉치로 변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뒤집어져서 버둥거리는 모든 짐승의 불쌍한 배처럼 얇다란 분홍색 …

  • 지뢰에 붙은 입술 (Lips Stuck to a Landmine)

    오 더러운 년 간다 두들겨 맞고 간다 오 눈부신 망할 년 간다 도망간다 오 검게 반들거리는 시궁창 같은 년 간다 내뺀다 저 년을 막아! 회초리를 든 사람들이 몰려온다 나 혼자 살게요 버림받은 년 돼지 같은 년 달아난다 이게 다 이 더러운 자루에 담긴 물 때문이에요 그녀가 운다 나도 이 물이 가득 든 자루가 싫어요 그녀가 침을 흘린다 누가 돼지를 껴안았다가 …

  • 플라이 모그(Fly Morgue): 가지 펼치기

    세마 코랄의 세 번째 워크숍/강연은 이소요 작가가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로 선보인 <플라이 모그 Fly Morgue >(2021) 의 이야기 가지를 풀어보는 시간으로 마련되었습니다. 2021년 12월 2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작가는 실험용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 )가 어떻게 생물 자원으로서 …

  • 피어라 돼지 (Bloom, Pig!)

    훔치지도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 죽이지도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 재판도 없이 매질도 없이 구덩이로 파묻혀 들어가야한다 검은 포크레인이 들이닥치고 죽여! 죽여! 할 새도 없이 알전구에 똥칠한 벽에 피 튀길 새도 없이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가죽이 벗겨져 알록달록 싸구려 구두가 될 새도 없이 새파란 얼굴에 검은 안경을 쓴 취조관이 불어! 불어! 할 새도 없이 이 …

  • 핑크박스 (Pinkbox)

    지금 막 도착한 핑크 박스, 뚜껑이 열리길 기다리는 핑크박스 , 이것을 껴안아 보면 멀리서 온 것의 냄새가 나. 그러나 한번 몸을 들여놓으면 그 누구도 여기를 나가지는 못해. 아아 귀여운 핑크박스. 나의 첫 아기 핑크박스. 까꿍 핑크박스. 요람에 넣고 흔들어 보고픈 핑크박스. (참고로 말하지만 하나님은 네모난 것은 만들 줄 몰라.) 포개진 핑크박스,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