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세마 코랄의 ‘연결’ 주제어와 SeMA 의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겨난, 시각문화/예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적 과제에 관해 논하는 지식을 선보입니다.

글과 웹 프로젝트를 함께 수록해서 세마 코랄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지식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목록 보기’는 수록된 글과 웹프로젝트의 제목을 부호-숫자-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공개된 날짜를 보여줍니다.
‘목록 다운로드’를 누르시면 발행순으로 수록된 글의 목록을 정리한 전자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당신을 지지한다’는 문장의 곤란함에 관하여

    많은 예술가들은 사회 이슈를 알리고 기록하기 위해 예술의 언어를 동원하고 시각예술의 형식을 갱신해왔다. 더러 미술관은 규율과 관습을 깨는 재현적 투쟁의 장으로서 역할을 자임하고, 같은 전시 안에서도 검열과 그에 저항하는 행동들이 쟁투를 벌이는 재현적 정치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비평은 무엇을 예술로 소환하고 있는가를 묻는 데 나아가 이를 관찰하고 표현하는 주체가 어떻게 스스로의 위치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배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양식과 방법론으로 대상을 재현하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 리서치의 역할을 기록하기 〈Social minorities and Art in Japan〉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공연 프로듀서 고주영은 ‘리서치의 역할’을 보여주는 웹프로젝트 〈Social minorities and Art in Japan(일본의 사회적 소수자와 예술)〉을 제작한다. 글뿐 아니라 연구적 태도와 감각을 접목한 웹프로젝트를 기획·제안하는 서울시립미술관 모두의 연구실 ‘코랄’. 때문에 코랄은 과연 ‘리서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할 수 없다. 리서치는 현상, 정보, 지식과 같은 추상적 결정화 이전에, 어떤 누구, 어디, 그 무엇, 그리고 이것들이 얽힌 구체적 현장에서 긴 세월, 배양된다. 따라서 리서치 수행자는 이러한 구체성을 껴안아야 한다. 리서치 미덕, 그 암묵지를 침묵의 상태에 두지 않고 하나하나 기록해 둔 고주영 프로듀서가 일본에서 수행한 사회적 소수자·소수성(minorities) 리서치처럼.

  • 모두가 웃는 웹 ‘web for all’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웹사이트를 볼 수 있을까?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ICT)의 발달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과 다른 온라인 방식이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다. COVID-19로 인한 대규모 감염병 유행 상황 이전에도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하는 행위는 모두에게 …

  • 미술(관)이 쉬운 글과 쉬운 정보를 시도할 때

    쉬운 정보(Easy Read) 기획/편집자와의 인터뷰 서울시립미술관의 최근 두 전시, 《시적 소장품》(서소문본관, 2022.3.22.-5.8.)과 《그리드 아일랜드》(서소문본관, 2022.5.26.-8.15.)의 기획의도와 작품을 설명하는 글은 (발달장애인이 읽고 의견을 내는 과정을 거쳐) 좀 더 쉽고 분명한 글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발달장애인과 …

  • 미술관을 불태워라!: 불 밝히는 트랜스 뮤지엄

    최근, 미술관의 ‘공론장’으로서의 성격이 부각되고 있다. ‘트랜스(trans-)’라는 접두어는 경계를 초월하고 가로지르는 과정을 뜻을 가지는데, 예술과 미디어 생산에서는 초문화적 접촉, 초텍스트적 교차, 초매체적 연결과 관계된 다양한 움직임을 의미한다. 그 결과 미술관 관객의 범위는 비관객을 수용하면서 확장하고 이들은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존재가 된다. 여기서 관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불러오는 것은 스토리텔링, 즉 내러티브다. 관객은 미술관이 제공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이 반영된 가치 및 지속해서 변하는 미학을 작품과 전시에 접목시켜 관객 및 비관객이 자율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함으로 미술관은 작품을 수집, 연구, 전시 등 경직된 활동만 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더 심화한 세계 이해와 교육을 제공한다.

  • 세마 코랄과 새로운 질서

    이 글은 2021년 11월 3일 7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온라인으로 진행한 ‘세마 코랄 워크숍/강연 #1: 세마 코랄과 새로운 질서’의 간추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세마 코랄에 디자이너 및 개발자로 참여한 민구홍 매뉴팩처링 운영자 민구홍은 세마 코랄을 구축한 과정을 되돌아보고, 미술과 지식의 영역과 경계에서 웹사이트를 기획, 제작, 운영하며 떠올릴 수 있는 문제를 진솔하게 짚어냈습니다.

  • 여러 프로듀서 중 하나, 그리고 소셜 마이너리티와 예술 리서치

    사람과 삶의 이야기로써 무대를 움직이게 하는 고주영 공연기획자를 2022년 12월 12일 온라인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예술과 세상 속에서 그가 만들어 온 제작의 경로는 프로듀서의 역할과 정의를 다양하고도 비평적으로 분화시킵니다. “제가 당사자이거나 어떤 당사자성에 굉장히 가까이 가 있지 않다면, 그 당사자와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최소한 내가 하는 기획에서 이 사람들을 대상화시키고, 이 사람들에게서 갑자기 뭔가를 확 끄집어내서 흥미롭게 보여주는 방식은 택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제 삶 자체를 그렇게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와 관련된 기획이 시작된 타이밍도 미묘했어요. ‘제작진행’을 맡은 공연에서 ‘장애’라는 세계를 아주 살짝 알게 됐는데, 저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 감각이었어요.”

  • 탈인간을 위한 실천: 사물의 윤리

    기계는 작동되어야 하거나 찬양되어야 하거나 지배되어야 할 어떤 물건이 아니다. 기계는 우리 자신이고, 우리의 작동양식이며, 우리의 신체성의 한 측면이다. ―도나 해러웨이(Donna Harraway) 1 어떤 존재들을 배제해나가는 방식으로 인간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때 만들어지는 타자성(otherness)에 도전하기 위하여, …

  • 탈인간을 위한 실천: 사물의 윤리 (1)

    어떤 존재들을 배제해나가는 방식으로 인간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때 만들어지는 타자성(otherness)에 도전하기 위하여, ‘비인간화(dehumanization)’의 한 방식인 ‘사물화(objectification)’ 개념을 새롭게 사용할 수는 없을까? 그동안 비인간화, 사물화(혹은 대상화)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부정적인 말로 쓰여왔다. 두 개념을 통해, 인간이 식물과 동물 등 타자들과 구별되는 어떤 특성이 있다고 정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특성이 결여된 상태가 왜 열등하다고 여겨지는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글은 능력(ability)과 장애 여부를 기준으로 인간을 다른 대상과 구별하는 관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인간성의 뚜렷한 표식을 제거해나가는 작업들을 검토한다.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리듬〉 연작은 사물화를 실행하고 동시에 사물화 당하는 몸이 사물성과 겹쳐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구분에 도전한다.

  • 탈인간을 위한 실천: 사물의 윤리 (2)

    억압과 식민주의 역사에 기반한 노동 착취를 지지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정치 안에서 사물-되기는 과연 어떻게 실현 가능하며, 어떻게 윤리적일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초현실주의, 코미디, 음악적 요소를 사용하여, 목적 없는 기계가 되는 한 정신장애인을 묘사한다. 사이보그여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 영화는 순응과 치유로 귀결되는 전형적인 심리치료 서사와는 다른 길을 택한다. ‘괜찮다’는 평가는 퀴어적 장애성이 잠재적으로 인간과 사물 사이의 경계를 흐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 더 분명한 것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능력을 나타내는 표식에 국한되어 있는 행위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언뜻 수동적 사물로 보이던 영군은 의도치 않게 수용시설이라는 공간에서 장애를 가진 삶, 인지적/심리적 차이를 가진 삶을 인간성의 조건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지지공동체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