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세마 코랄의 ‘연결’ 주제어와 SeMA 의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겨난, 시각문화/예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적 과제에 관해 논하는 지식을 선보입니다.

글과 웹 프로젝트를 함께 수록해서 세마 코랄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지식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목록 보기’는 수록된 글과 웹프로젝트의 제목을 부호-숫자-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공개된 날짜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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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를 위한 새로운 이름 짓기

    연일 내 타임라인을 도배하는 AI 개발 이슈들 속에서 나를 사로잡는 것은 기술보다도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말)다. 누스코프 선언을 통해 ‘지능’이라는 말을 다시 보았고, 구글 람다의 지각 논란으로 ‘지각이 있는’이라는 표현을 곱씹게 되었으며, ChatGPT에 대한 노엄 촘스키의 발언을 통해 ‘표절’의 기준을 재고하게 되었다. 언급한 표현뿐만 아니라 인지, 이해, 창의성, 학습, 지식, 소통 등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휘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AI로 열린 신조어 대잔치에서는 나는 이전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맡은 기분이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였던 나는 오늘도 화려하게 펼쳐지는 기술 발전 소식에 감탄하기는커녕, ‘누가, 왜 이런 표현을 쓰는가? 언어는 이 기술권에서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가? 언어의 힘으로 무장된 기술은 앞으로 얼마나 더 권력화될까?’와 같은 불편한 질문을 늘어놓는다.

  • 인공적 원본: 합성 텍스트와 번역적 가변성

    언어 모델이 생성한 결과물은 손실 압축된 사본이 아니라 수많은 언어 데이터의 조각들로 구성된 언어적 모자이크다. 이 모자이크는 열등하지 않고 단지 다를 뿐이며, 언어 자체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언어 모델이 생성한 결과물처럼, 우리의 세계 인식은 객관적인 현실의 손실 압축본이 아니라, 방대한 양의 감각 데이터로부터 구성된 “바이브”일지도 모른다. 언어와 생각을 조정하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인 끊임없는 번역의 과정에 동참하고, 언어를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바이브”에 상응하는 새로운 형태로 빚어 나간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스스로의 생각의 번역자가 된다. 이는 우리의 소통방식을 재정의할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실과 인공적인 실로 번갈아 짜인 더 풍부하고 복잡한 언어적 태피스트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