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세마 코랄의 ‘연결’ 주제어와 SeMA 의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겨난, 시각문화/예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적 과제에 관해 논하는 지식을 선보입니다.

글과 웹 프로젝트를 함께 수록해서 세마 코랄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지식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목록 보기’는 수록된 글과 웹프로젝트의 제목을 부호-숫자-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공개된 날짜를 보여줍니다.
‘목록 다운로드’를 누르시면 발행순으로 수록된 글의 목록을 정리한 전자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The Sea of Learning is Infinite (ver. 2)

    First, a note about the title. The Sea of Learning is Infinite (學海無涯) is a Chinese proverb and also a title that I used in a 2017 presentation at the Times Museum in Guangzhou. At the time my former …

  •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아카이브 작업이란 단순히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가공하는 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남겨진 자료들 속에서 텍스트를 발견하고 해석하여 리얼리티를 구성해야 하는 일이다. 아카이브 작업은 현실을 붙잡는 일에 대한 불가능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정서영의 조각 앞에 선 내가 느끼는 어떤 상실감, 구멍이 숭숭 뚫린 현실을 보는 듯한 막연함은, 사물의 실재를 가능한 좇는 그의 조각이 현실에 대해 가지는 아카이브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카이브 작업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관람 조건이 되었고, 이 얽힌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편으로 이건 억울한 일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특권이기도 했다. 여기서 특권이라 함은 내가 정서영의 작업에 대한 유일한 아카이브 작업자라서가 아니다. 아카이브 작업이 정서영의 조각과 맺는 특권적 관계 때문인데, 그 관계성에 대해 이해하고 쓰기를 시도할 수 있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 배움의 바다는 무한하다(ver.2)

    우선 “배움의 바다는 무한하다(學海無涯)”라는 제목 이야기부터 할까 합니다. 이 문장은 중국 속담으로, 제가 2017년 광저우 타임즈 미술관(Times Museum)에서 했던 발표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당시 저와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 동료들은 고(故) 하 비크 추엔(Ha Bik Chuen) 작가의 아카이브를 3년에 걸쳐 …

  • 테크놀로지 성지순례 ― 숭배, 신체, 이미지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은 장난치듯 성지순례라는 말을 사용한다. 댓글 성지순례를 위해 재산을 탕진하는 사용자는 없을 테니까. 예언적 댓글을 쓴 사람이 기적을 행하는 예언자, 성인, 신이라고 믿는 사용자는 드물 테니까. 그런데 인터넷의 바이럴 문화, 열렬한 사랑, 순례 놀이의 수행성은 신도들이 가지고 다니던 숭배 조각물(idole), 소원을 빌며 성소에 바치던 봉헌물(Ex-voto), 순례 문화를 만들고 집착했던 유한한 인간의 인류학적 욕망의 반복이기도 하다. 미술사학자 한스 벨팅(Hans Belting)은 이미지를 고안하는 기술과 이미지의 미적 성격이 아니라 인간이 생산한 집합적 이미지의 인류학적 성격을 탐구한 연구자다. 벨팅은 인간을 연구하는 인류학적 탐구는 ‘인간 이미지’에 대한 탐구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 흩날리는 말, 소리의 삶

    아카이브의 식민성에 대한 고찰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많은 연구자들과 창작자들이 실증주의적 지식관을 극복하려고 시도하면서, 제국의 지식생산과 억압이 맞물리는 순간에 대해 더욱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러한 아카이브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그 당시 식민적 조건과 구조를 밝히고, 그 속에서 저항의 흔적 또한 읽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낸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시도는 문자로 된 아카이브와 그것이 말하는 (혹은 숨기고 있는) 서사에 집중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음성으로 된 자료는 단순히 문자로 된 아카이브에서 밝혀낼 수 있는 서사를 증명하는 표본으로서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인가? 제국의 지식생산이든 비판적 아카이브 분석이든, 소리는 계속 문자와 문자가 만들어내는 서사에 종속되거나, 부차적 자료로 기능하는 것으로만 다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