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세마 코랄의 ‘연결’ 주제어와 SeMA 의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겨난, 시각문화/예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적 과제에 관해 논하는 지식을 선보입니다.

글과 웹 프로젝트를 함께 수록해서 세마 코랄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지식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목록 보기’는 수록된 글과 웹프로젝트의 제목을 부호-숫자-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공개된 날짜를 보여줍니다.
‘목록 다운로드’를 누르시면 발행순으로 수록된 글의 목록을 정리한 전자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슬랙’에서 만나 ― 프로덕트와 세계 짓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제각기 할 일을 한 뒤,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은 돈을 받고 흩어진다. 일하며 발생한 고통의 총량이 모두의 효능감을 초과하지 않도록 다양한 서류를 만들며 변수를 통제한다. 이 과정은 퍽 회사 같다. 그러나 나는 작가적 프로젝트의 프로덕션이 전술한 문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채로 모두가 달릴 때 비로소 러너스 하이처럼 최선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프로덕션이 참여자 모두에게 일정량의 고통을 할당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이를 최소화하는 책임을 도맡는다. 담당자의 결정을 쉽게 번복하지도, 작가적 고민이라는 명목 하에 이전 스테이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최소한의 합의점을 만족하면 빛이 새어 나오는 방향으로 건너간다.

  • (디지털) 이미지의 오래된 미래와 미세한 눈금들 : 온라인 이주 시대의 소장, 보존과 전시

    곽영빈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드러난 디지털 대상에 대한 사법적, 학술적 이해와 미술관의 디지털 작품에 대한 이해를 유비한다. 또한, 디지털 대상의 존재론적 함의를 재검토하는데, 이를 위해 포스트인터넷 시대에 실제 원본과 디지털 복사본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약화되면서 더 이상 허구적이지도 이차적이지 않은 디지털 대상의 존재론적 위상 변화를 함께 지적한다. 이와 함께 결과물이 아닌 결과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해진 디지털화는 작품의 ‘생산’과 ‘소비’가 재정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아가 베르그송, 하이데거, 육 후이의 논의를 거치며 디지털 대상이 ‘사물과 표상의 가운데’에 있음을 주장함으로써 디지털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2023 문화/과학 x SeMA 공동 포럼: AI는 생성하는가

    AI에 관한 미술계 안팎의 말의 자리를 기다리셨을 여러분께 드리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문화/과학』은 공동으로 AI를 마주한 지금의 지식과 예술을 진단하는 포럼을 엽니다. 포럼 1부는 AI에 관해 독창적 논점을 펼치는, 『문화/과학』 114호의 필자 여섯 분의 발표와 사회로 “AI 생성과 추출의 역학”을 가시화합니다. 2부는 미술관에서의 AI 담론 형성이라는 본 포럼의 맥락을 배경으로, 1부의 발표자들과 함께 큐레이터, 예술가가 결합해 “AI와 창작의 미래”에 관해 토론을 펼칩니다. AI 기술 발달의 속도만큼이나 AI 담론 또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윤리성 문제로 넘어가기에 앞서, AI에 관한 가장 첫 질문이었던 창작과 결부된 쟁점과 실천에 대한 토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요청됩니다. 무엇보다 상호 교차가 필요한, AI를 둘러싼 이번 담론장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 AI를 위한 새로운 이름 짓기

    연일 내 타임라인을 도배하는 AI 개발 이슈들 속에서 나를 사로잡는 것은 기술보다도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말)다. 누스코프 선언을 통해 ‘지능’이라는 말을 다시 보았고, 구글 람다의 지각 논란으로 ‘지각이 있는’이라는 표현을 곱씹게 되었으며, ChatGPT에 대한 노엄 촘스키의 발언을 통해 ‘표절’의 기준을 재고하게 되었다. 언급한 표현뿐만 아니라 인지, 이해, 창의성, 학습, 지식, 소통 등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휘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AI로 열린 신조어 대잔치에서는 나는 이전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맡은 기분이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였던 나는 오늘도 화려하게 펼쳐지는 기술 발전 소식에 감탄하기는커녕, ‘누가, 왜 이런 표현을 쓰는가? 언어는 이 기술권에서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가? 언어의 힘으로 무장된 기술은 앞으로 얼마나 더 권력화될까?’와 같은 불편한 질문을 늘어놓는다.

  • Local-first Knowledge: 앎을 안에 두기

    세마 코랄의 여섯 번째 워크숍/강연은 김승범 작가가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로 선보인 〈Local-first Knowledge〉의 개념과 실천에 관한 공동의 이해를 형성하는 시간으로 마련되었습니다. 2022년 11월 23일 온라인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작가는 지식을 갖기 위한 도구를 단순하게 방법적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지식을 확장하고 재생성하는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 나누고자 했습니다. 영감과 실행, 언어와 비언어적인 것을 교환하며 도구와 주체를 분리하지 않고 융합하는 지식 창작을 예시해 본 그날의 대화를 공유합니다. “세마 코랄 작업을 하면서 ‘로컬-퍼스트 소프트웨어’가 기술적인 용어가 아니라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단어가 될 수 있게끔 노력했습니다.”

  • 〈작품작가작업 (piece-artist.work)〉 피드백

    2021년 11월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마 코랄 워크숍/강연 두 번째 시간은 김나희 작가의 작품 〈작품작가작업 piece-artist.work 〉(2021) (이하, 〈작품작가작업〉)에 관한 렉처 퍼포먼스로 펼쳐졌습니다.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인 〈작품작가작업〉을 제작하며 느낀 아쉬움을, 작품 발표 이후 시차를 두고 풀어내는 자리로 …

  • 강연과 대화: 요청형 웹을 위한 브라우저

    세마 코랄의 네 번째 워크숍/강연은 디자이너이자 웹 기반 현대미술 작품을 발표하는 윤충근 작가가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 제안에 실험적으로 제시한 ‘요청형 웹을 위한 브라우저 〈코랄(CoRaL)〉과 〈마블(Marble)〉’에 관한 질문과 대화로, 2022년 11월 9일, 펼쳐졌습니다. 온라인으로 관객과 만난 이 시간, 작가는 자신의 일련의 작업이 맺고 있는 웹브라우저 역사와의 관계성과 그간 연구해 온 여러 지식을 공유하며, 세마 코랄이 제시한 기획적 화두인 ‘미술관 교육 활동과 질문하기’에 관해 어떠한 자신만의 작가적 질문과 형태로 호응했는지를 밝혀줍니다. “미술관 교육에서 질문하기란 관람객과 작품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수행으로 개인의 서사나 개인화된 렌즈를 호출한다.”

  • 그레이 - 샌드박스 - 레지던시 (Grey - Sandbox - Residency)

    〈그레이 - 샌드박스 - 레지던시 (Grey - Sandbox - Residency)〉는 《그리드 아일랜드(Glid Island)》 전시와 연계해서 진행한 비공개 토크 프로그램이다. 이 토크는 2018년에 《난지아트쇼》를 통해 선보인 《회색전집(The Collected Works of Grey Literature)》과 2022년에 서울시립미술관의 2022년 기관의제 ‘제작’ 주제전 《그리드 아일랜드》를 통해 공개한 GSR(Game-Sandbox-Residency)의 예시를 통해, 물리적 작품으로 수렴되는 ‘미술제도’ 주변에서 생산되는 광범위한 유무형의 데이터를 다룬다. 레지던시가 매체와 작품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미술관의 기능인 제작을 담당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좀 더 넓은 범주에서 작품 제작의 인프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 두 사막 이야기: 도시 사막과 OS 사막

    사막의 사전적 의미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강수량이 적어 건조해진 지역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열대 사막 외에도 해안 사막, 내륙 사막, 한랭지 사막이 있다. 둘째는 인간의 가치 판단에 의해 방치되거나 버려져 온 장소를 뜻한다. 셋째는 야생으로서 경작되지 않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을 칭한다. 이 글에서 나는 작년부터 관심을 두고 리서치를 해오고 있는 주제로서 사막이 동시대 도시생태와 맺는 관계를 검토함과 동시에, 사막화 과정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지리·정치·경제학적 실재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도시공간, 생태위기, 문화경험, 디지털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목격된 사막의 흔적을 교차 추적함으로써, 오늘날 행성적·물리적·비물리적 영역을 돌고 돌면서 복제되어 가는 사막화에 대한 문화연구적 독해를 시도할 것이다.

  •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 다변화하는 미술의 존재 양식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술의 존재 양식은 디지털 기반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기반의 미술은 ‘비물질적’이라고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새로운 관계를 생산해 내고 있다. 또한 과거에 배타적이었던 문화 향유가 오늘날로 와서 비배타적으로 바뀌게 되어 디지털 대상은 물질적인 사적 소유 개념과는 다른 형태의 사적 소유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실물 작품 구매와는 달리 NFT 작품 구매는 공동체가 기존 사물에 부여한 의미와 가치를 구매함으로써 해당 공동체에 속한 타인과 함께 그 가치와 의미를 공유함으로써 연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새로운 양식의 미술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 비물성 기반 소장품의 저작권법상 쟁점과 법 제도적 대응

    박경신은 동시대 미술의 정의와 조건이 확장하는 가운데 디지털 작품 같은 비물성 기반 소장품의 현행 저작권법에 주목한다. 작품을 알리는 공표 방법 중 하나로 전시가 있지만 온라인 전시는 인터넷을 통해 송신되기 때문에 전시와 공연의 경계에 모호하게 자리매김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술관이 가리키는 ‘전시’와 법률상의 ‘전시’ 사이의 개념 차이로 인한 문제점들, 저작권법상 전시권, 비물성 소장품의 권리 소진의 원칙 및 동일성 유지권의 여부, 그리고 소장품의 디지털화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본질적인 변경”을 중심으로 현행 저작권법의 한계점을 짚는다. 따라서 앞으로 활발해질 온라인 전시와 비물성 소장품들을 위하여 ‘전시’가 가진 의미상의 간극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한다.

  • 아니 그냥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저는 모든 게 너무 커져 버린 거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살짝 질문했는데 엄청 큰 질문으로 되돌아온 느낌을 받았거든요. 포킹룸에 참여했던 연구자, 작가, 관객들. 포킹룸에 궁금한 것을 질문을 부탁드렸는데, 답장이 하나씩 도착하면서 약간 압도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묻는 질문처럼 보인 것들도 있었죠. 그리고 어느 정도는 다 질문 자체에 답이 있더라고요. 맞아요. 그래서 왠지 현문우답이 될 거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 온라인 디폴트 시대의 미술작품

    미술 작품 및 전시의 경험이 문학, 영화, 음악, 공연 등의 다른 장르처럼 매끄럽게 묘사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에 내재되어 있는 복합성 때문이다. 최근에는 작품이 가상 공간인 웹과 연동되면서 ‘온라인 디폴트’ 작품이 등장했다. 온라인 디폴트 작품은 오로지 가상 현실에서만 상호작용이 가능한 유형부터 물질 세계에 맞춰 재구성된 작품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이들 모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흐린다. 이 모호해진 경계가 다시 작품과 전시의 복합성을 강화하고 완전히 복제 및 재현될 수 없는 성격을 유지시킨다.

  • 요청형 웹을 위한 브라우저, 코랄(CoRaL)과 마블(Marble)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디자이너 윤충근은 서울시립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 자료에서 나타나는 ‘질문들’에 초점을 맞춘 웹프로젝트를 제작한다. 교육 프로그램의 공개된 또는 공개되지 않은 여러 자료 속에서 우리는 미술관이 여러 방법과 맥락에서 ‘질문하기’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않음을 확인한다. 미술 교육 프로그램에서의 ‘좋은 질문’은 맞는 답을 끌어내기 위해 잘 설계된 질문이 아니라, 배움의 수용자가 기꺼이 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환대하는 질문에 가깝다. 그래서 이 질문들은 어떤 대답으로부터의 요청에 계속 열려 있어야 하고 새로 고쳐질 수 있는 대담함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우연한 몸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삶의 형체와 질량이 한층 더 확장했고, 화면 속 육체가 없는 존재들의 묵직함과 정보의 범람에 의해 다양한 몸들의 윤곽이 얼버무려지고 있는 듯하다. 사용자는 ‘좋아요’와 같은 반응 기반의 상호 작용을 추적하는 통계로 몸을 입증하고, 기계가 생각하는 ‘인간미’가 없다면 몸은 인식되지 못할 수 있다. 매일매일 의식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물리적인 현실과 디지털 환경의 얽힘(entanglement)에 편재하는 굉장한 공허와 대혼란 사이에서 우리의 몸을 정의하고 입증하기 위해 바삐 활동하고 있다. 그 움직임이 중앙 집권화된 편협한 규범성에서의 쳇바퀴 달리기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예상된 패턴을 이탈하는 오류인 글리치(glitch)를 통해 출구전략을 세우고 또 다른 형체의 몸에 도달해 보려 한다.

  • 인간질서-질문들 (Human Order-Questions)

    퍼포먼스를 미술관이 소장할 때 발생하는 여섯 가지 질문을 강연 형식으로 풀어낸 퍼포먼스로서 미술작가 김홍석과 배우 김신록의 공동 작품이다.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퍼포먼스 기록사진, 비디오는 퍼포먼스를 대표하는 원본성을 가진 작품으로 볼 수 있는가?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으로 완성된 퍼포먼스의 저작권과 소유권이 작가에게 온전히 귀속되는 것이 타당한가? …

  • 재난, 웹의 경험, 그리고 보편적 접근성

    오늘 제 발표의 제목은 ‘재난, 웹의 경험, 그리고 보편적 접근성’입니다. 거창한 제목과 다르게 시각예술보다는 대중문화에서 포획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조금은 일반론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팬데믹 이후, 빠르게 소통의 간극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네트워크와 클라우딩 컴퓨터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간 고집해온 소통의 방식이 …

  • 존재 양식으로서의 흩어짐 : 영상 작품의 비물질적 소장에 대하여

    이 글에서 나는 비물질적 무빙 이미지의 소장이라는 문제와 관련해 오늘날 미술관이 취할 수 있는 여러 가능한 대응책들 가운데 하나에 대해 논할 것이다. 미리 밝혀 두자면, 이 논의의 목적은 관리상의 실무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현재 어딘가에서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앞으로 고려해 봄 직한 다소 급진적인 제도적 대안 …

  • 지식을 공유하는 키트(KIT)로서의 웹사이트, ‘Local-first Knowledge’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연구자인 김승범은 지식을 공유하는 도구이면서 사용자들이 스스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키트(KIT)’로서의 웹프로젝트를 제작한다. 사용자의 소유권과 행위성을 되찾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상용화된) Local-first Software 중 하나인 옵시디언(Obsidian)을 사용해 순서가 정해지지 않은 ‘여러 경로’를 보여준다. 이 경로 어디에서 먼저 시작해 어디에 멈추든 웹페이지 책갈피를 축적해 사용자 ‘여러분의 발자국’을 만드는 기술은 워드 커닝햄(Ward Cunningham)의 Federated Wiki를 차용했다. ‘경험을 일으키는 키트(KIT)’로 작동하는 이 웹프로젝트는 세마 코랄이 제안한 ‘1년 유지’의 조건을 주체적으로 읽어낸 결과로 ‘사라질 것을 미리 선언’하여 우리 모두가 ‘Local-first Knowledge를 위한 실천’을 미루지 말고 지금 경험하길 촉구한다.

  • 채굴되는 지구, 추출되는 데이터: AI 시대의 지도 그리기와 예술

    우리의 관심은 AI가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을 하는지에 관한 것을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AI 알고리즘은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집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훈련(기계학습)하고 그 과정에서 구축한 알고리즘 모델(패턴)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독창적인 텍스트와 이미지, 나아가 사운드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와 창의 산업의 종사자들은 새로운 작품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생성형 AI를 도구로 삼아 혹은 협업의 파트너로 삼아 창의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다. 비록 할루시네이션(환각)의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아마 앞으로의 예술 창작은 생성형 AI와의 대화, 문답,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과정은 예술 창작자와 AI 양자에게 상호 혁신과 진화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탈인간을 위한 실천: 사물의 윤리

    기계는 작동되어야 하거나 찬양되어야 하거나 지배되어야 할 어떤 물건이 아니다. 기계는 우리 자신이고, 우리의 작동양식이며, 우리의 신체성의 한 측면이다. ―도나 해러웨이(Donna Harraway) 1 어떤 존재들을 배제해나가는 방식으로 인간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때 만들어지는 타자성(otherness)에 도전하기 위하여, …

  • 탈인간을 위한 실천: 사물의 윤리 (1)

    어떤 존재들을 배제해나가는 방식으로 인간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때 만들어지는 타자성(otherness)에 도전하기 위하여, ‘비인간화(dehumanization)’의 한 방식인 ‘사물화(objectification)’ 개념을 새롭게 사용할 수는 없을까? 그동안 비인간화, 사물화(혹은 대상화)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부정적인 말로 쓰여왔다. 두 개념을 통해, 인간이 식물과 동물 등 타자들과 구별되는 어떤 특성이 있다고 정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특성이 결여된 상태가 왜 열등하다고 여겨지는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글은 능력(ability)과 장애 여부를 기준으로 인간을 다른 대상과 구별하는 관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인간성의 뚜렷한 표식을 제거해나가는 작업들을 검토한다.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리듬〉 연작은 사물화를 실행하고 동시에 사물화 당하는 몸이 사물성과 겹쳐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구분에 도전한다.

  • 탈인간을 위한 실천: 사물의 윤리 (2)

    억압과 식민주의 역사에 기반한 노동 착취를 지지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정치 안에서 사물-되기는 과연 어떻게 실현 가능하며, 어떻게 윤리적일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초현실주의, 코미디, 음악적 요소를 사용하여, 목적 없는 기계가 되는 한 정신장애인을 묘사한다. 사이보그여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 영화는 순응과 치유로 귀결되는 전형적인 심리치료 서사와는 다른 길을 택한다. ‘괜찮다’는 평가는 퀴어적 장애성이 잠재적으로 인간과 사물 사이의 경계를 흐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 더 분명한 것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능력을 나타내는 표식에 국한되어 있는 행위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언뜻 수동적 사물로 보이던 영군은 의도치 않게 수용시설이라는 공간에서 장애를 가진 삶, 인지적/심리적 차이를 가진 삶을 인간성의 조건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지지공동체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