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질서-질문들 (Human Order-Questions)

김홍석
김홍석은 개념적 성격이 강한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의 작업을 통해 관람객이 미술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는 선입견을 부수는 작업을 행해왔다.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를 졸업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12)을 수상하고 아트선재센터(2011)와 삼성미술관 플라토(2013)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동시대의 미술을 미술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적 합의와 미술계를 중심으로 그물망처럼 얽힌 사회, 경제, 문화 시스템을 외연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신록
김신록은 배우, 창작자, 워크숍 리더이다. 동시대인의 사고와 움직임의 메커니즘을 배우의 몸을 통해 사유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창작의 전 과정을 워크숍, 공연, 워크 데몬스트레이션, 글쓰기 등의 형태로 공유한다. 〈김신록의 뫼르소, 870×626cm〉를 통해 ‘끝나지 않는 몸’을, 〈위치와 운동〉을 통해 ‘중첩되고 얽히는 시간과 조각난 주체’에 대해 탐구했다.

퍼포먼스를 미술관이 소장할 때 발생하는 여섯 가지 질문을 강연 형식으로 풀어낸 퍼포먼스로서 미술작가 김홍석과 배우 김신록의 공동 작품이다.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퍼포먼스 기록사진, 비디오는 퍼포먼스를 대표하는 원본성을 가진 작품으로 볼 수 있는가?
  2.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으로 완성된 퍼포먼스의 저작권과 소유권이 작가에게 온전히 귀속되는 것이 타당한가?
  3. 미술작품이 공공재이기도 하고 동시에 상품이기도 한 이중적 척도는 언제부터 어떤 과정을 통해 합의되었는가? 공공의 의미는 미술에 적용될 수 있는가? 지정된 장소와 시간에만 관람이 가능한 퍼포먼스는 공공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볼 수 있을까?
  4. 물질성이 사라진 작품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작가의 지시대로 전시에서 구현할 때, 그 작품은 복원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미술관은 구입 당시 작가가 지시했던 장소와 퍼포머만을 고수해야 하는가?
  5. 극과 현실, 정치와 엔터테인먼트, 심포지엄과 축제 사이에서 작동하는 이런 종류의 작업은 현재의 인식 체계 안에서 미술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6. 이렇게 쉽게 종결짓기 어려운 문제를 포괄하는 퍼포먼스는 단 한 번의 이벤트로 남는 것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과연 퍼포먼스는 소장과 재현이 가능할까?

김홍석·김신록
인간질서⎼질문들
2020
단채널 비디오(유일본(+A.P.1))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39분 22초
에세이, 스크립트: 김홍석
스크립트 교정, 퍼포먼스: 김신록
Copyright ⓒ 2021 김홍석, 김신록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단 한 번의 이벤트라는 속성을 가진 퍼포먼스는 물성 기반의 작품을 수집해 온 미술관의 역사 속에서 미디어적 결합을 통해 끊임없이 그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식으로 수집되어왔다. 김홍석과 김신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착안하여 퍼포먼스는 과연 소장과 재현이 가능한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술작가 김홍석은 퍼포먼스의 소장에 여섯 가지 질문을 담은 에세이 「인간질서-질문들」(2020)을 작성하고 이를 배우 김신록에게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퍼포먼스로 선보일 것을 요청한다. 김신록은 김홍석이 작성한 에세이를 토대로 강연을 펼치는 퍼포머로 참여하고, 그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해석인 덧붙인 공연 대본으로 퍼포먼스를 실행한다. 김신록은 ‘퍼포먼스는 과연 소장이 가능한가’라는 김홍석의 대질문을, 그렇다면 ‘퍼포먼스의 저자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로 확장시키며 미술가의 착상 뿐만 아니라 퍼포머의 연기 또한 저작으로 인정해야한다는 의견을 퍼포먼스 말미에 피력한다. 퍼포먼스의 소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 다수가 참여하는 퍼포먼스의 저자는 제도 안에서 어디까지 수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확장된 이 작품은 현대미술에서의 저자성과 원본성에 대한 다른 각도에서의 논의를 환기한다.

이 작품은 본래 SeMA Agenda 2020 ‘수집’ 〈소유에서 공유로, 유물에서 비트로〉 심포지엄에서 현장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심포지엄의 현장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현장 퍼포먼스와 퍼포먼스의 녹화 편집본을 미술관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로 교차 송출하는 방식으로 초연됐다. 이후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수집되면서 첫번째 퍼포먼스 소장품으로 기록됐다. 이 소장품은 김홍석과 김신록의 최초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과 김홍석의 에세이, 김신록의 공연 대본을 전시하는 방식 외에, 제 3의 퍼포밍 아티스트(performing artist)가 이를 재해석하여 실연하는 방식으로도 전시할 수 있으며 비영리적 목적에서 공동 저작권자의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실연되는 퍼포먼스들은 2세대 퍼포먼스로 분류되며 2세대 퍼포먼스들은 전시에 따라 확장, 기록되며 퍼포먼스의 존재론적 위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촉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