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세마 코랄의 ‘연결’ 주제어와 SeMA 의제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생겨난, 시각문화/예술과 미술관의 (동)시대적 과제에 관해 논하는 지식을 선보입니다.

글과 웹 프로젝트를 함께 수록해서 세마 코랄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지식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목록 보기’는 수록된 글과 웹프로젝트의 제목을 부호-숫자-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공개된 날짜를 보여줍니다.
‘목록 다운로드’를 누르시면 발행순으로 수록된 글의 목록을 정리한 전자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2023년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 1부: 송년회: 올해 우리가 본 것들

    집담회 1부 〈송년회: 올해 우리가 본 것들〉은 2021년 SeMA-하나 평론상 제4회 수상자 이연숙이 꾸렸다. 그는 비평가이자 그 경계를 넘어 활동가와 기획자로 실천하는 남웅(2회 수상자)과 이진실(3회 수상자)을 토론자로 초청하여 올해 미술계를 메운 전시와 작가에 대한 ‘애매한’ 이야기를 나눈다. 공적 대화와 사적 대화의 사이에서, 진지한 비판도 ‘인상 비평’도 아닌 그런 각자의 (비평)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중요하지 않지만 중요할 수 있는 그 모호한 (비평적) 경계들을 점검해 본다.

  • 2023년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 2부: 세마 코랄의 씨앗과 동료

    집담회 2부 〈세마 코랄의 씨앗과 동료〉는 2021년 오픈한 서울시립미술관 모두의 연구실 ‘세마 코랄’이 맞이한 3주년을 기념하고 또 다른 가능성과 내일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세마 코랄’은 웹-온라인을 매개로 지식 생산자와 사용자가 서로 교차하며 다양한 형태의 미술 지식을 탐구하고 연결 짓고 확장하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기획편집자 김진주와 권정현, 비평가 윤원화, 이여로가 한자리에 모여 세마 코랄이 그동안 뻗어 낸 연구의 가지들을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씨앗과 동료에 대해 논의한다.

  •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2022 〈저급 이론들의 연합〉: 후기

    이 글에서 나는 지난 2022년 9월 총 3회에 걸쳐 진행된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2022 라운드테이블 ‘저급 이론들의 연합’〉의 녹취록을 위한 후기 겸 안내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전적 의미에서 음성 기록을 문서화한 (증언 또는 증거) 자료를 의미하는 녹취록은, 해당 프로젝트 내에서는 라운드테이블의 기록물이라는 보다 유연한 의미로서 사용되고 있다. 현장에서 진행된 대화가 녹취록의 형태로 재구성되면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세마 러닝 스테이션에서 폭죽처럼 터지던 웃음들, 눈맞춤과 끄덕임들, 무엇보다 영원할 것처럼 흐르던 짧은 침묵들이 행간 사이로 매끄럽게 숨어들었다.

  •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2022 라운드테이블 1. 여성 퀴어 작가의 콜렉티브

    오늘은 연휴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올해 저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저급 이론들의 연합’이라는 제목으로 라운드 테이블을 총 3회 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자리에서는 세 분과 함께 ‘여성 퀴어 콜렉티브’라는 제목의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할 것이고, 두 번째 자리에서는 ‘아마추어리즘과 비평’, 세 번째 자리에서는 ‘실패의 퀴어 예술’이라는 제목으로 라운드 테이블을 이어갈 것입니다. 퀴어 이론가 주디스 잭 할버스탐(Judith Jack Halberstam)이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을 참조해서 ‘저급 이론(low theory)’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올해와 내년의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중심 개념으로 삼고자 합니다.

  •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2022 라운드테이블 2. 아마추어리즘과 비평

    오늘 라운드 테이블에서 함께해 주실 이여로 님과 강덕구 님은 이번과 같은 계기로 꼭 만나 뵙고 싶었던 분들이라서, 저도 지금 이 자리가 무척 기대가 됩니다. 이번 두 번째 라운드 테이블 자리에서는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태도 또는 정체성’을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아마추어리즘이 무엇인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개념적인 도구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이것을 어떠한 삶의 방식으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위계와 마찬가지로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위계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활동을 시작한 두 분과 함께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예시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2022 라운드테이블 3. 실패의 퀴어 예술

    라운드테이블 ‘실패의 퀴어 예술’에 이반지하, 양승욱, 문상훈 세 분을 모신 데에는 엄청나게 구체적인 이유가 있지는 않고요. 제가 이 자리에서 ‘실패의 퀴어 예술’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분들을 초대한 것입니다. 이 자리를 계기로 ‘실패’라는 개념을 함께 공적으로 다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실패가 곧 저항이므로 퀴어는 곧 실패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퀴어 이론의 한 명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성공하고 싶고, 잘나가고 싶고, 돈도 벌고 전시도 많이 하고 싶은 퀴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세속적인 욕망을 가진 퀴어들이 어떻게 하면 실패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저희는 이런 질문들로부터 출발했습니다.

  • ‘당신을 지지한다’는 문장의 곤란함에 관하여

    많은 예술가들은 사회 이슈를 알리고 기록하기 위해 예술의 언어를 동원하고 시각예술의 형식을 갱신해왔다. 더러 미술관은 규율과 관습을 깨는 재현적 투쟁의 장으로서 역할을 자임하고, 같은 전시 안에서도 검열과 그에 저항하는 행동들이 쟁투를 벌이는 재현적 정치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비평은 무엇을 예술로 소환하고 있는가를 묻는 데 나아가 이를 관찰하고 표현하는 주체가 어떻게 스스로의 위치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배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양식과 방법론으로 대상을 재현하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 단수도 복수도 아닌 플랫폼: 비평가의 웹사이트

    자신의 글을 쓸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엮인 책,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편집해 온 이한범 미술비평가를, 그의 웹사이트를 제작한 민구홍 웹프로그래머와 함께 2022년 11월 1일 서울시립미술관 사무동의 회의실에서 인터뷰했습니다. 한 비평가의 웹사이트로 시작해 여러 의미로 생성된 텍스트의 장소를 같이 방문해 보세요. “비평가가 스스로 자료를 정리하고 목록화하는 행위가 ‘반(反)비평적’이라고 느꼈는데, 그건 아마도 장소를 점유하고 스스로를 가시화하는 일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비평은 유령처럼 계속 이동하고 사라지고 다시 등장하고 기능했다가 또 잊히고 하는 모습이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웹사이트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어떤 곤경을 마주했기 때문이었어요. 글쓰기의 곤경이었죠.”

  •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로너(loner)’의 사전적 의미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혼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는 ‘로너’란 단어를 듣고 곰곰이 생각했다. ‘홀로 있음’과 ‘같이 있음’을 중계하는 행위로서 글쓰기. 글을 쓴다는 것은 기이한 행위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것이 오늘날의 SNS건, 과거의 서신이건, 무엇이건 간에 우리는 우리를 표현하고자 애쓴다. 요즘에 난립하는 자가 출판 기업은 자기표현을 환전하는 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문학 강좌에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한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는 생략되어 있다. 그들은 왜, 또 무엇을 알고 싶은 걸까?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가? ‘콜리그(colleauge)’라는 낱말이 그 자체로 동료를 뜻하는 건 아니다. 60여 편 이상의 글을 실은 이 ‘콜리그’라는 플랫폼이 어떤 연대, 공동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홀로 있는 사람들이 잠깐 오가는 공간에 가까울 것이다. 그곳은 어떤 지식도 산출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다양하고 자동적인 표현들이 존재할 뿐이다.

  •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아카이브 작업이란 단순히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가공하는 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남겨진 자료들 속에서 텍스트를 발견하고 해석하여 리얼리티를 구성해야 하는 일이다. 아카이브 작업은 현실을 붙잡는 일에 대한 불가능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정서영의 조각 앞에 선 내가 느끼는 어떤 상실감, 구멍이 숭숭 뚫린 현실을 보는 듯한 막연함은, 사물의 실재를 가능한 좇는 그의 조각이 현실에 대해 가지는 아카이브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카이브 작업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관람 조건이 되었고, 이 얽힌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편으로 이건 억울한 일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특권이기도 했다. 여기서 특권이라 함은 내가 정서영의 작업에 대한 유일한 아카이브 작업자라서가 아니다. 아카이브 작업이 정서영의 조각과 맺는 특권적 관계 때문인데, 그 관계성에 대해 이해하고 쓰기를 시도할 수 있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 미술관의 재숙련

    이 글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기획전 《그리드 아일랜드》와 연계해서 작성되었다. 원고는 둘 중 한 가지 방향을 선택해서 집필하도록 요청됐다. ‘첫째, 전시 리뷰를 포함한 비평, 둘째, 국내 레지던시의 수행성에 대한 제안’이다. 이 중 두 번째 주제를 선택한 데는 필자가 2017년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연구자로 레지던시를 직접 경험하며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배경이 있다.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여러 예술 중에서도 특히 미술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되기 시작한 레지던시 제도는 동시대 미술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또한 이런 질문을 던진 기획 주체가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의 기관의제인 ‘제작’을 과제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 부재를 스크리닝하기: 임철민의 〈야광〉

    장한길은 ‘비경험 세대의 경험’과 ‘포스트메모리’ 개념을 ‘부재’라는 키워드로 엮어 설명하고, 이를 성소수자의 크루징이라는 문제와 연결하며, 이 주제를 다룬 실험적 영상 작업인 임철민의 〈야광〉을 분석한다.

  • 어려움에 대하여

    게임을 할 때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견지하는 동기 구조가 역전된다. 결과를 위해 수단을 선택하는 일상생활의 동기 구조와는 반대로,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수단, 즉, 분투(striving)의 활동을 경험하기 위해서 결과(일회용 목표)를 장착하게 된다. 이러한 동기 역전의 요인은 게임에서 나타나는 가장 흥미롭고도 고유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행위성이 두 층위(장기적 행위성과 일시적 행위성)로 중첩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행위적 중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 행위자는 일시적 행위자의 분투 활동을 ‘미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때 게임은 예술이 된다. 그리고 이제 현대 미술에 관해 짧게라도 이야기해 보자. 조금 짓궂게 말하자면, 나는 현대 미술을 ‘소화’하는 데 실패했고, 거꾸로 현대 미술은 작품으로써 나에게 그 장르의 존재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