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세마 코랄이 고르고 묶고 풀어낸 다양한 주제어입니다.

아래 단어들과 설명글에서 지식 탐색에 활용할 수 있는 개념과 맥락을 이해하고 연결지어 더 알아갈 수 있습니다.

비관람객 접근권 초역사주의 대안적역사관 다중심적역사관 수집 심포지엄 전시의제 동물 다시쓰기 다시읽기 젠더 2022 생물 비인간 SeMA의제연구프로젝트 인류세 기관의제 제작 데이터시각화 트랜스미디어 디지털기술 디지털미술작품 기술매체 초객체 기술미디어 가동적이미지 operational image 미디어리터러시 게임 샌드박스 작가지식생산 SeMA-하나평론상 그림자노동 미술작품 그리드아일랜드 레지던시 미술비평 한국현대미술비평집담회 SeMA비평연구프로젝트 실천 동시대 제도비평 2020 생태계 디지털대상 디지털사막 복제 사막화 데이터자본 기술가속주의 도시생태 비판적인공지능 지능 디지털리터러시 개방성 언어 공유 오픈소스 생성 기술문화 번역 2021 저자성 원본성 산포 소셜마이너리티 코랄창작연구 리서치여행 연구실 장애비장애 퀴어 공연예술 연대 앨라이 퍼포먼스 공동체 기록시스템 성별 데이터분석 세마러닝스테이션 전환 배움 웹접근성 강연 KIT Federated Wiki forking Local-first Knowledge 소장품 재료기법 과학기술 데이터채굴 추출 페미니즘 비평-평론 리터러시 플랫폼노동 쉬운글 쉬운정보 Easy Read 비체 내장 캐비닛 범세계성 정서 정동 과학 수학 사변 사물 연구담론 아카이브 지식플랫폼 교육 포킹 가지치기 회절 우정 다정함 미술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정거장 소리경험 소리환경 키트 동료비평 peer review 비평플랫폼 글쓰기 웹출판 비재 미재 파라-프로덕트 동료 목소리 보철 탈식민주의 회복 치유 재현 결속 워크숍 질문하기 diffraction 인류학적이미지 이미지의장소 le lieu des images 숭배 우상 테크놀로지언캐니 죽음의례 자국 index 인터뷰 프로듀서 producers 분투 어려움 임프린트 장소 출판의장소 플랫폼을벗어나기 어린이 간극 돌봄 적대 유령 현실 합성 2023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액세스 공적지원 지원과양성 입주연구 미술사 학예연구 기계 장치 아날로그 신체감각 메타미디어 추상 diffusion 영화 관계맺기 아시아 아시아미술 모더니즘 민중미술 편지 방향감각 SF 우주 동굴 탐험 신체성 미술지식 뮤지올로지 EasyRead
  • 이분법적 성차로 구별하거나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을 일컫는 퀴어(queer)는 단어의 힘을 서로 구별하는 지칭에서 포용하는 능력으로 바꾸어 놓은 사례입니다. 비하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퀴어는 여러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의 움직임을 통해 규범적 폭력성을 거부하는 문화로 그 지적이며 실천적인 영향력을 넓혀 갑니다. 여성주의로 번역되는 페미니즘(feminism) 또한 생물학적 여성에 국한된 주체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뿐 아니라 노예, 흑인을 포함하는 참정권 운동으로 번져간 역사를 보여줍니다. 최근의 페미니즘은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대응, 동물권과 생태정의 운동, 신유물론과 같은 새로운 철학적 사고로까지 끊임 없이 확장됩니다.

  • ‘교육’, ‘리서치’, ‘스터디’와 같이 최근 미술관들이 집중하는 활동은 동시대 미술관이 지향하는 배움의 의미가 무엇이고, 배움의 장소가 어디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미술관은 작품을 수집, 보존,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체들이 마주하고 서로 다른 기억과 경험을 나누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이자 앎을 나누는 공유의 장, 배움의 장소로 전환합니다. 세마 러닝 스테이션(SeMA Learning Station)은 상호적인 관계 속에서 배움을 일구는 모두의 미술관을 상상하며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소문본관에 만든 공간입니다.

  • 서울시립미술관은 해마다 동시대 미술관이 당면한 과제와 시각예술의 시대적 의제를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해석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장르와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안하며, 시의성을 반영한 주제 연구로 우리의 시대정신과 공명합니다.

  • 새로운 기술 매체를 통한 미술지식 생산은 그동안 종이를 통해 문자와 이미지가 독점하던 형태의 지식과는 다른 차원의 지식을 경험하도록 해줍니다. 디지털 기술과 기술 매체의 토대에서의 여러 실험들은 물질적 제약을 벗어난 자유로운 지식의 형태를 창발합니다. 특히 ‘디지털 대상(digital object)’의 형태로 탄생한 작가의 지식생산물인 작품은 그동안 물질적인 진품의 보충물, 대리물, 복사본 정보로 파악되어 왔던 디지털, 비물질적인 작품에 대한 위상과 이분법적 인식을 재고하게 합니다.

  • 언어와 시각성이 컴퓨팅적인 것이 되면서 언어와 시각 데이터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은 두 대상을 읽어내는 수행성을 자동화시킵니다. 다음에 올 단어, 문장의 미완의 자리는 자동적으로 예측되어 이미 결과값으로 눈 앞에 보여집니다. 훌륭한 번역가가 애썼던 해석과 창조적 오해의 과정이 가진 미덕은, AI 번역을 통해 다른 언어로 빠르게 바뀌어지는 속도의 즉각성으로 대체됩니다. 이미지 검색은 이미지군과 부분적 이미지 특성을 마치 언어와 같이 다루어 시스템에서 생성하고 기입하며 동류의 연결과 분류의 고리를 강화시킵니다. 미술작가들은 데이터를 재료로 가져오며 ‘자동장치에 의해 더욱 용이하게 된 지식의 개체화’, 공유, 내부화에 질문을 던집니다.

  • 미술의 시대적 변천은 지역 안에서 그리고 지역 간의 경계를 넘어선 다중적 동시성을 보여왔습니다. 예술가 각자는 동료, 이웃, 내가 모르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그 한 장소와 시대를 작품에 반영하려 합니다. 공통된 장소와 시대 속의 여러 예술가의 지향점은 시대성으로 형성되는 한편, 시대성이 개별 예술가와 작품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미술작품의 경향이 모여 만드는 미술사조가 등장과 퇴장을 거듭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은 대륙이나 해양을 건너 공통되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 2021년 기관의제 ‘배움’과 전시의제 ‘트랜스미디어’에 대한 주제 연구는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 정보 통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창출하는 미술관의 변화를 예측합니다. 물리적인 미술관을 비물리적인 접촉 지대로 만드는 여러 시도들은 미술관의 접근권을 높이며 그동안 미술관의 비관람객으로 분류되었던 사회문화적 계층을 포용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접촉 지대에서 선보이는 매체 결합적인 시스템과 작업들은 지식에 대한 새로운 사유와 경험을 촉발합니다.

  • 회절(diffraction)은 반영(reflection)의 대척점에서 대상과 주체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는 개념입니다. 흔히 빛을 반사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빛은 장애물을 만나면 굴절되기도 하고 분산되어 퍼져나가기도 합니다. 이처럼 파동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을 회절이라고 합니다. 생태적 관점의 과학기술문화 연구자이나 페미니스트 다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양자물리학에 큰 영향을 받은 신유물론 페미니즘 연구자 캐런 바라드(Karen Barad)의 연구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개념인 회절은 빛이라는 현상과 의식에 기반한 시각성/이미지의 사유에도 결정적 전환의 계기를 추동합니다.

  • 포킹(forking)은 ‘가지치기하다’를 뜻합니다. 기술을 비교적 자유롭게 공유하는 문화 영역에서 많이 쓰는 단어로, 기술이 여러 버전으로 나누어지는 과정과 기능을 말할 때 주로 쓰입니다. 가지치기의 행위는 공개된 공유 지식을 가져와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여러 작업들 속에서 발견됩니다. 이 실행의 메커니즘은 무분별한 복사하기나 계승과 구별하며, 호환의 가능성과 개체들의 독자성을 공존케 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가져옵니다.

  • 2020년 기관의제 ‘수집’과 전시의제 ‘퍼포먼스’에 관한 주제 연구는 그동안 미술계 공론의 장에서 소외되어 왔던 소장품에 관한 논의를 촉발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미술 작품 소장 제도와 소장품에 내재된 역사관을 살펴보는 일은 현재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민주적 공공영역으로서의 미술관의 탄생과 맞물리며 공유재로서의 소장품을 환기합니다. 또한 동시대 환경과 기술이 빚어내는 작품의 변화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작품의 수집과 보존, 전시, 활용에서의 여러 논쟁적 쟁점을 발생시키며 미술관 수집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합니다.

  • 2015년부터 홀수해에 개최되는 ‘SeMA-하나 평론상’과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는 열악한 미술 비평 환경에서 새로운 비평 언어가 숨 쉬고 자라나는 터전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SeMA 비평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평론상 수상자가 연구자로서 출판, 공공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열린 비평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합니다.

  • ‘-세’는 지구의 시간을 나누는 가장 큰 범주의 개념입니다. 이 명칭은 기후와 토양의 변화, 그리고 인간이 지구의 자원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영향에 따라 바뀌어 왔습니다. 산업화 이후로 급증한 인간의 소비와 생산으로 인해 변화하는 지구 환경의 시대를 새로 정의하자는 논의 속에 지금의 시간을 ‘인류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인류세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세계의 작용이 인간과 다른 종들의 연합과 비생물적인 힘의 영향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인식합니다. 인간과 자연을 구분했던 경계는 사라지고, ‘공의존 관계’에서 살아가며 ‘하나와 여럿의 개념적 경계를 붕괴시키는 경계적 피조물’을 탐구하는 생물학적 경험에서 비롯한 고찰은 시각성의 전환을 불러옵니다.

  • 미술관을 보는 공간으로만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미술관은 듣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20세기 말부터 최근까지 새롭게 등장해 주류를 형성하는 미술 작품과 전시에서 스크린과 모니터가 등장하고 실시간이나 녹화된 퍼포먼스를 펼치며 소리가 필수적인 감각으로 등장합니다. 이처럼 미술(관)은 듣기와 시각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관계를 탐색할 환경을 조성합니다. 공간에서의 소리를 시각화하며 그 진동의 파형과 반향을 살피는 활동은 작품간의 관계, 작품과 관객의 관계에서 상호침투성과 공동체성을 환기합니다. ‘소리를 낸다’는 표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소리에 관한 탐구는 사회적 발화와 발언의 의미가 담긴 ‘목소리’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모래(sand)는 자유롭게 부서지기도 하고 어떤 형태로도 만들어지며 다시 무너질 수 있는 성질을 가집니다. 파괴와 창작이 연쇄하는 물성을 가진 모래에 빗댄 단어 샌드박스(sandbox)는 “놀이-상호작용”에 기반한 제작 활동을 일컫습니다. 이제 놀이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서 목적 없음의 능동성, 협력, 사회적 관계, 행동학과 같은 감각 탐구의 영역을 형성합니다. 예술에서도 이러한 게임적 특성과 사유에 주목하는 작품이 등장하고 있으며 행동을 발생시키는 예술적 장르로서 게임을 정의하고 해석하는 새로운 연구가 관심을 이끕니다.

  • 미디어는 기술을 통해 지각을 형성해 왔습니다. 기술 미디어에서 근대성과 결부된 가장 큰 변화는 보는 장치들, 즉 광학적(optical) 미디어에서 일어났습니다. 이후 디지털로의 이행에 따라 미디어의 핵심은 연산적(computational)이며 작동하는(operational) 기술로 이동합니다. 이러한 기술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 지각에 기반하여 생산된 이미지는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동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이를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는 가동적 이미지(operational image)라 말했습니다.

  • 작가는 창작물에 표현된 사상과 감정의 원천(원본)인 저자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가집니다. 예술의 장에서 전통적 저자성의 효과는 천재라는 낭만주의적 이상향에 기대어 발휘됐습니다. 이제 저자성의 개념과 실제는 한 사람을 넘어서, 원저자가 아닌 2차 가공자 또는 배급자로서, 더 나아가 알고리즘적 비인간 저자를 도래시키는 등 원본성의 규정에서 벗어나 확장하고 있습니다. 동시대 미술(관)은 갱신을 거듭하는 저자성과 원본성을 성찰하고 반영합니다.

  • 기술은 단순한 활용 도구를 넘어서 ‘사유의 기원’이 되고 ‘존재의 양식’을 형성합니다. 기술적 방식의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예술의 정의와 형식 또한 바뀌었습니다. 어디로든 흩어지는 동시에 어디서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최근의 디지털기술은 ‘디지털 대상’이 된 작품의 창작, 보존, 향유에 관한 이슈를 불러일으킵니다. 미술(관)은 새로운 기술의 질서와 생산활동 속에서 동시대 환경에 대응하는 해법을 적극적으로 찾아갑니다.

  • 아카이브의 원형이 되는 수집과 전시의 공간을 독일에서는 호기심의 방/캐비닛(Kunstkammer | Cabinet of curiosities)라 불렀습니다. 진귀한 것들도 벽면과 서랍을 가득 채운 캐비닛과 아카이브처럼 기억의 대상들은 각자의 자리를 가지고 서로 이웃 할 때 가치를 발현합니다. 그 뜻을 가져와 서울시립미술관 모두의 연구실 ‘코랄’(세마 코랄)의 ‘캐비닛’ 메뉴는 미술관의 출판과 연구 자원 가운데 소중한 것들을 골라 다시 저장하고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 인류는 지식을 기록하고 퍼뜨리기 위해 암각화 같은 이미지에서, 쓰기를 위한 문자로, 다시 전자적 기술로 포착된 주파수와 디지털 데이터를 발명했고, 언제든 또 다른 미디어의 링크를 불러낼 것입니다. 미디어의 변주 속에서도 지식이 고전적 문법에서 최신의 컴퓨팅 프로그래밍에 이르기까지 언어의 체계 안에서 기입되고 재생되어 왔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식이 끊임없이 기록되는 사이 누군가는 기록시스템의 언어를 알지 못하고, 또 그 언어를 쓸 수 있는 권한은 누군가에게는 제한적입니다. 세마 코랄의 ‘연결’은 누군가를 도태시키지 않고, 지식의 권위를 가장한 속임수에 휘청이지 않게 하는 독해 능력을 모두와 나누고자 하는 리터러시 ‘씨앗’의 배양토가 될 것입니다.

  • 로컬-퍼스트 지식(Local-first Knowledge)은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작가: 김승범)의 제목이면서 컴퓨팅 분야의 로컬-퍼스트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작가적 지식으로 재창안한 개념입니다. 여기서 로컬은 보통 지리적 범주로 번역되는 ‘지역’과는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로컬-퍼스트 소프트웨어 원칙은 제한적 장비 요건이나 의무적 네트워크 없이 연결되고 협업할 수 있는 기술 사용을 주장하며, 다중 장치에서의 실시간 동기화를 전제로 하는 클라우드와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각자의 지식 소유와 제어의 주체성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운동의 영향력을 만들어 냅니다. 로컬-퍼스트의 가치는 탈중앙화라는 관점에서 포킹(forking)과도 통합니다. 연합위키(Federated Wiki)는 중앙화를 벗어나 다중적 저자의 글쓰기를 실현하는 웹 시스템입니다.

  • 20세기에서 21세기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식민주의에서 탈식민주의로, 저자 중심에서 동료/독자와 함께하기로, 다시 쓰기와 다시 읽기는 여러 방면에서 일어납니다. 서사와 독해를 다시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반성적 사고가 반드시 선행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성찰적 태도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까지도 갱신하여 새로운 지식 공동체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 시대에 대한 다원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미술(관)은 선형적 역사(관)에 대한 비판의 폭을 넓혀갑니다. 이는 시대를 단순히 병렬하지 않으며, 시대 속에서도 서로 다른 논쟁의 공존에 주목하는 큐레이토리얼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역사적 서사 구조 속 누락된 주변을 논의의 장으로 이끌며 미술(관)은 여러 중심의 대안적 역사관을 형성하고 새로운 역사 서사의 가능성을 촉발합니다.

  • 발달장애인과 다른 정보 약자들도 읽고 접근하기 편하게 기존의 글이나 정보를 다시 쓴 것을 ‘쉬운 정보’(Easy Read)라고 합니다. 이같이 쉬운 정보를 만들고 알리는 작업은 생활에 필요한 법령에서 미술 영역의 글까지 여러 가지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보가 가진 제한점을 넘어서 접근성을 넓히는 쉬운 글/정보(Accessible information)는 미술 분야의 글쓰기, 기획, 지식을 전달하는 활동에 큰 울림을 줍니다.

  • 여러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분화되는 서울시립미술관 의제연구의 진폭을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 별도의 사업으로 마련된 ‘SeMA의제연구프로젝트’는 기획과 기획 사이 남겨진 공란에서 의제연구의 소주제를 분화하는 아티클 시리즈와 협력 편집자의 활동으로 구성됩니다.

  • 미술(관)에서 시각 장애인은 오랜 기간 소외돼 온 비관람객이었습니다. 세마 코랄은 다양한 관람객을 환대하기 위해 시각 장애인을 포괄하는 웹 접근성 관점에서 미술 지식을 재구성합니다. 모두를 위한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고려해 배경색과 글자색의 대비, 글자 크기를 적용합니다. 개별 이미지에는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를 동반하고, 화면 위의 커서만이 아닌 탭(Tab)키나 음성인식기능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 2022년 기관의제 ‘제작’과 전시의제 ‘시’는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간의 거리두기 상황 속에서도, 소통이 멈추고 감각이 단절된 상태에 머무르지 않도록, 미술을 통한 감각의 회복을 꾀하려는 취지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이 제안하는 주제입니다. 미술에서의 ‘제작’은 창작 방식을 보편적으로 일컫는 개념이면서, 또한 기계적 습득이나 정량적 생산과 달리, 대상의 속성과 이치에 대한 이해를 기술과 재료 등 미술의 구성요소에 직접적으로 결부시키는 지적이면서 감각적인 실천 행위입니다. 최근 ‘제작’은 전통적 의미로부터 도약하여, 데이터와 같이 동시대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창작 방식의 미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간극을 넘어 경험적 세계와 상상적 세계를 결합하는 비유와 상징, 알레고리, 리듬, 발화, 시적 화자와 같은 ‘시’의 특성들은 시각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미술작가들은 소통을 위한 또 다른 언어로 존재하고 기능하는 조형 또는 시각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종종 시를 흠모하고 작업에 활용합니다.

  • 현대인에게 익숙한 동물/생물의 위치는 자원으로 사용되는 대상으로서의 그것입니다. 우리는 유구한 시간 동안 사회와 문명에 관한 연구에서 이들을 인간과 다른 것으로 구별 지었습니다. 이들 비인간적 존재는 이제 우리 인간에게 사고와 실천의 전환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생물종으로서의 개체 소멸, 보호종과 다른 개체의 적대적 관계, 생물학적 조작(실험)을 위한 동원, 양산을 위한 산업화, 동물의 노동과 에너지에 기댄 인간의 신체 영위와 같은 직면한 난점을 풀고 세계를 다시 짓기 위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구별 대신 통합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연구하는 최근 급부상한 동물행동학, 생태학, 사회생물학, 과학사, 포스트 휴머니즘, 장애학 등의 연구로부터 얻어진 지혜는 사회, 문화, 예술의 여러 영역으로 번져 나갑니다.

  • 성의 차이는 이분법적으로 구분지어 법적/관습적으로 적용되어 왔지만, 현실에서 경험하는 성은 생물학적으로 또한 문화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성에 관한 여러 개념들 가운데 젠더는 사회적/후천적으로 정의되는 성을 지칭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젠더를 생물학적 성과 구별되는 사회적 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손쉽게 이해하려는 경향과 달리, 젠더의 개념이 소환해 낸 담론과 지식은 사회적인 것과 생물학적인 것의 교차와 둘 사이의 힘의 관계와 같이 성을 둘러싼 현실과 논의의 복잡성을 드러냅니다.

  • 미술관의 접근권은 한때 미술관 방문을 저해하는 물리적인 장벽들과 관련된 문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기술적인 면에서 차별과 배제가 빚어내는 모든 장애물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유명 미술관들은 지금까지 미술관에 오지 못했던 비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미술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마 코랄은 다양한 관람객이 보편적인 접근을 통해 지식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설계하였으며, 다양성과 접근성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을 참조하면서 사회문화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합니다.

  • 플랫폼은 ‘복수의 집단이 교류하는 인프라 구조’를 말합니다. 플랫폼은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소비와 생산을 중간에서 여러 단계와 형식으로 분절하고 결합하는 매개자, 공급에 동원되는 여러 물리적 객체까지 포괄하여 만나고 흩어지게 하는 거대한 매개체입니다. 플랫폼의 생태는 소비자나 생산자의 필요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차 플랫폼을 경유하는 데이터가 쌓이며 막대한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하며 활용함으로써 발휘되는 힘을 플랫폼 자본이 독점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또한, 여전히 인간의 신체가 소모되는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간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