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의 데이터화, 데이터의 예술작품화

김민아
김민아는 디지털 기술 발전의 뒤에 남겨지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디지털의 잔해와 인간 삶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예술의 장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설치물, 사운드, 퍼포먼스,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선보인다. 비타미나(Vitamina)라는 이름으로 사운드 작업을 하며, 다양한 소리들을 실험하며 함께 놀고 배우는 데 관심 있는 여성과 퀴어를 위한 커뮤니티 ‘레지스터 코리아(Re#sister Korea)’ 활동을 이끌고 있다.

세마 코랄의 다섯 번째 워크숍/강연은 미디어아티스트 김민아 작가가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로 제작한 〈재:료 기:법(Jae: Lyo Gi:Beob)〉, 그리고 연관된 여러 작업에 관한 해제를 들어보는 시간으로 2022년 10월 26일 온라인으로 접속한 관객들과 함께 했습니다. 우리 앞에 닥친 난감하면서도 흥미로운 데이터 활용의 문제를 예술로 끌어와 새로운 시도로 풀어보는 방법을 찾아본 작가와의 대화를 다시 펼쳐봅니다.

김진주(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세마 코랄 기획/편집): 왜 디지털, 컴퓨터, 웹과 같이 물질이 아닌 종류의 작업을 하는 작가가 예술작품의 데이터 중에서 주로 물질에 기반한 정보인 재료 기법 데이터를 다루게 되었는지, 여러분들께서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재료 기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그동안 미술관이 수집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소장품에 대해 연구하는 등 미술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러나 예술작품의 재료 기법 정보는 작가명이나 작품 제목과 달리 접근성이 좋은 정보는 아닙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작품의 재료 기법 정보로 작품을 식별할 수 있을지, 또 식별한 정보들은 작품을 벗어나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김민아 작가님께 재료 기법 데이터를 공유하며 작업을 의뢰했습니다.

김민아: 안녕하세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아입니다. 저는 디지털 기술 발전의 이면에 남겨진 것들, 특히 환경 문제와 디지털 기술 발전이 연결되는 지점에 관심이 많습니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여 디지털 기술 발전의 이면에 남겨진 전자 폐기물, 데이터의 탄소 발자국을 가지고 작업을 해 왔고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이루고 있는 사회 기반 시설이 어떻게 생활 환경을 만들고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강연의 제목은 ‘예술작품의 데이터화, 데이터의 예술작품화’라고 지어보았습니다.

〈재:료 기:법(Jae: Lyo Gi:Beob)〉(2022)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데이터 자료를 가지고 새로운 예술작품 제작을 시도한 작업입니다. 저는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5,654점의 데이터 중 재료와 기법 정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추구하는 미술 작품의 데이터베이스화는 디지털 사회에서 미술관이 자주 시도하는 의미 있는 행위입니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하드웨어로 데이터를 저장했다면 현재는 (데이터센터에 기반해) 온라인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미술관이 예술작품을 데이터화하는 시도는 당연하고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제가 숙제로 받은 ‘재료와 기법’이라는 데이터는 난감한 정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재료와 기법을 설명하는 통일된 규격이 없었고, 상대적으로 작품의 제목이나 작가 이름과 같은 주요 정보보다는 부차적으로 다루어지는 데이터였기 때문입니다. 코딩을 통해서 데이터를 정제할 때는 규칙이 중요한데, 단어나 형식이 규칙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데이터 처리 관점에서 가비지(garbage) 데이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술작품을 데이터화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어떻게 치부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고 독특한 가치를 지닌 작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출된 것이 웹사이트이고, 첫 화면에는 제가 작업을 하면서 생각한 주된 질문들을 배치하면서 재료 기법 데이터의 새로운 정체성을 각각의 이미지에 부여했습니다. 또한 재료 기법 정보가 작품에 대한 부수적인 정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를 해보는 웹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시 말해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5,654점(2022년 8월 기준)의 데이터에서 재료 기법 데이터만을 가지고 작업했고 데이터 처리 관점에서 이는 비정형화된, 범주화 되지 않은, 검색하기 어려운, 비슷하지만 다른 표현으로 기술될 수 있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재료라고 하더라도 ‘엔티큘러’, ‘엔티큘라’ 혹은 ‘캔버스에 유채’, ‘캔버스 위의 유채’ 등 여러 가지 표기로 나타나며 이는 쓸모없는 정보로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예술작품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작업이기에 비정형적인 데이터의 잠재성 그리고 고유한 개성을 발견하는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똑같은 값은 합치고 비슷한 것들은 그대로 두어 각자의 고유성을 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1,627개의 재료 기법 데이터가 정제되었고 이러한 빅데이터에 새로운 고유값을 부여했습니다.

제가 사용한 프로그램은 민달리(minDALL-E)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텍스트를 기입하면 AI를 통해 이미지를 산출하는 프로그램인 달리의 심플한 버전으로서 ‘텍스트 투 이미지(text to image)’ 프로그램 중 카카오브레인(kakaobrain)에서 오픈 소스로 공개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영어에 최적화 되어 있기에 한글 작업과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일부러 한글로 표기된 단어들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 번역일지라도 그것도 그 단어가 가진 고유성임을 주장하고 싶었습니다.

재료 기법 속에 나타나는 단어는 찰나의 이미지이자 찰나의 데이터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료 기법 단어에 커서를 올렸을 때 이미지가 잠시 드러나고 이를 클릭하게 되면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검색 웹페이지로 이동하여 클릭한 단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는 새로운 정체성을 단어에 부여를 했지만 이는 찰나의 정체성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평소에 다루는 환경과 디지털 기술의 접점에 있는 작업은 아니지만 디지털 기술의 이면에서 간과할 수 있는 지점을 잡아내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기존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의 예술작품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있고, 데이터와 예술을 창작을 하는 행위에 관한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진주: 왜 제목 ‘재:료 기:법(Jae: Lyo Gi:Beob)’에 콜론을 위치시켜서 글자 사이를 떨어뜨려 놓으셨나요?

김민아: 작업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료와 기법을 다루지만 콜론을 이용해서 구분함으로써 각각의 단어는 개별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작업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재료 기법 단어들을 작품과 분리된 채 데이터베이스로 추출했을 때, 각 단어들은 한 작품에 귀속된 단어가 아닌 그 자체로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진주: 주변에서 달리나 민달리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그런 사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민아: 주변의 친구들이나 작가들이 취미로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같이 작업한 물리학자 선생님은 강의 자료를 준비하실 때 텍스트 투 이미지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강의에 맞는 이미지를 만드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히려 작가들보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효율적인 연구, 창작 행위 혹은 실생활에 적용할 때 이 프로그램이 더 쓰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알고리즘을 만들고 개발하는 것은 인간이 프로그램을 학습시키는 과정이기에 여기서 자율성이 부과되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발생합니다. 결국은 인간의 주관과 선택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진주: 작가님께서 엉뚱한 결과들이 나왔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웹사이트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재료 기법 데이터들과 이를 증폭하고 전이시키면서 얻은 이미지들은 우리가 예상한 것과 많이 다릅니다. 이때 어떤 것이 쓸모가 있고, 어떤 것이 잘 그려진 혹은 기능적으로 잘 수행된 결과값인지 질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처음에 재료 기법 데이터들을 봤을 때 너무 많은 양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김민아: 빅데이터라고 생각했고 데이터를 받고 처음부터 기술적인 측면으로서 완성형의 작업은 아닐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고 고민해보는 과정이 저에게도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김진주: 작가님께서는 평소에 디지털 재료 기법을 다루시는데 이번 작업을 진행하시면서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검색 결과로 접한 예술작품의 재료 기법에 관한 표현이나 단어가 굉장히 낯설지 않으셨나요? 한 번도 만져보지 않은 물질의 이름을 다루고, 컴퓨팅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오랜 시간을 담고 있는 미술의 정보를 만지면서 확장된 미술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재료들(예술작품의 정보값)을 다루는 것은 어떠셨나요?

김민아: 작업을 하면서 비슷한 단어들이 중복되어 있고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캔버스의 천’, ‘캔버스 위에 천’ 이 두 가지가 통합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기도 하고, 재료 기법 데이터들이 한쪽으로 치우쳐진 경향도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매체의 회화, 조각 작품은 재료 기법이 작업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미디어 작업은 재료 기법이 작업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정제했을 때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미술 작품의 재료 기법 비율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예술작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에서 미술의 한 카테고리의 편중과 편재의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김진주: 이 부분에 대해 작가님, 그리고 미술관 소장품을 수집,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생성하는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 학예연구사들 분들과 함께 대화를 나눈적이 있어요. 데이터의 편중과 편재의 문제를 재료 기법의 기술(description)에 빗대어 다른 통로와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대화에서, 재료 기법 정보가 중요하게 쓰이는 시점은 작품이 재구성되거나 복원될 때, 또는 작가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수집할 때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기입되는 정보로서 다루어질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정보의 생산이나 관리와는 무관한 사용자가 정보를 찾고자 할 때는 어떨까요?

김민아 작가가 미술관에서 보유한 재료 기법 정보의 결과값을 바탕으로 만든 이 웹사이트는 우리가 다양한 각도에서 미술 작품의 재료와 기법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립미술관 웹사이트에서는 다양성을 고려해 소장품 검색을 할 때 자유롭게 검색어를 입력해서 결과값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지만, 어떤 재료 기법 정보값이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원하는 결과값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등록된 정보를 재료로 만든 이 웹사이트는 그 재료 기법의 전체 정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관람객이 재료 기법을 기준으로 작품을 찾아야 하는데 모르거나 헤맬 때 이 웹사이트 작업에 정리된 정보값들이 길잡이나 지도 역할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봤어요.

김민아: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지식과 연구 섹션에 들어가서 검색 옵션 창을 클릭한 후 재료/기법에서 키워드를 적어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재료 기법 사이트에 제시된 여러 재료와 기법을 살핀 후 하나의 키워드를 집어서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관람객이 어떻게 이 작업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많은 방법을 가지고 활용하여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미디어 작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품의 정보에 다가가기 위해서 먼저 생각하는 건 재료와 기법이 아니라 작가의 이름, 작품명, 전시 제목 등입니다. 그런데 정보를 찾으면 정작 데이터 자체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결국 데이터는 온라인 혹은 웹의 세계에서 주인공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보입니다. 질문을 옮겨서, 내 데이터가 어떻게 탄생, 정리, 축적, 소멸되는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요? 무한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를 재료로 작업하기도 하셨지요?

김민아: 〈데이터 클렌징 워크숍(Data Cleansing Workshop)〉(2020-2021)은 우리가 매일 생산하는 데만 익숙하고 정리하고 비워내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데이터를 한번 돌아보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기획했습니다. 워크숍은 작업을 시작하게 된 맥락을 설명을 한 후 참여자들이 개인 랩탑이나 휴대폰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활동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뤄두고 하지 않았던 이메일, 드라이브 정리를 워크숍 시간에 정리를 해보는데, 이때 저는 제가 찾았던 몇 가지 팁 혹은 도움이 되는 툴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 정리와 데이터 생산에 관해서 비판적으로 작업을 한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1메가바이트 이메일이 작성되고 전송되는 전체 과정에서 약 20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과학적인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데이터를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제안합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저 또한 참여자 분들로부터 아이디어, 지식, 노하우를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 정리를 잘하시는 분께 팁을 얻고 드라이브 정리를 잘하시는 분께는 노하우를 전수 받아서 제 목록을 업데이트하기도 합니다.

김진주: 데이터 클렌징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강연을 듣고 계신 분들께서 얻어가시면 좋을 데이터 정보나 데이터를 관리하는 요령은 무엇인가요?

김민아: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메모장에 여러분들이 어떤 것을 정리할지 쭉 적어보고 본인한테 가장 급한 것들의 목록을 다시 한번 노트에 정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사용하는 웹 플랫폼에는 여러분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현재 그 디바이스에 저장하고 있는지 정보들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구글을 제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구글에 354기가바이트의 정보가 저장이 돼 있습니다. 그 다음에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급한 것부터 먼저 정리할 수도 있고 연도별로 할 수도 있고 혹은 너무 귀찮아서 미뤄뒀던 것을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리 계획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정리하고 비우고 지운다. 폴더별로 분류하고 중복된 파일은 지우고 필요 없는 자료를 지운다는 원칙을 세워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이메일 정리와 관련하여 폴더나 라벨을 만들어서 정리하고 스팸 메일은 수신 거부하고 불필요한 구독은 해지하고 읽은 뉴스레터는 삭제하고 휴지통 비우는 등 온라인에 많은 팁이 있습니다. 드라이브를 정리하는 것도 간단합니다. 각자 원하는 주제별로 검색을 하면 좋은 프로그램, 툴, 팁이 온라인에 많이 있습니다.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정리할 때는 유료 앱, 프로그램이 도움이 됩니다. 저처럼 맥북을 사용하는 분들께는 정리 소프트웨어 클린 마이 맥(Clean my mac), 중복된 파일을 제거해주는 제미니2(Gemini2)를 추천드립니다.

다음은 중요한 미디어 파일 용량 줄이기입니다. 현대사회는 온라인을 통해 파일을 업로드하고 저장하기 굉장히 쉽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는 요즘, 미디어 파일을 올릴 때 퀄리티를 손상시키지 않고 용량만 줄여주는 프로그램인 핸드브레이크(HandBrake) 툴을 이용하면 영상 전송, 업로드를 할 때 수월합니다. 사진이나 음원 파일의 경우도 원본 손상 없이 파일을 전송해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용량을 줄이면 우리의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우리가 상당히 많은 앱을 다운받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앱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앱은 삭제하고 메신저 같은 경우 본인이 사용한 기록이 담긴 쿠키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용량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 정보 제공에 민감하신 분은 위치 정보 이용을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데이터를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데이터를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환경적으로도, 보안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개인 정보 클렌징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 장기간 사이트를 접속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탈퇴되거나 휴면 계정으로 전환된다는 메일을 자주 받는데 해외 사이트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기에 스스로 찾아보고 정리하는 데이터 클렌징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워크숍에서 참고 자료로 인공지능, 기후 변화, AI 산업과 기업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기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준비하며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컴퓨터와 서버를 사용했습니다. 서버는 물리적인 기반 시설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냉각 장치나 전력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냉매를 사용함으로써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전기 배출량도 늘어남에 따라서 화석연료 배출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이처럼 산업을 바라볼 때 환경, AI,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 산업은 서로 맞물려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아마존은 석유 회사 셸(Shell)과 커미션을 맺어 아마존의 AI 기술을 바탕으로 석유를 시추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들을 찾아냅니다. 그 대가로 셸은 싼 값에 혹은 무료로 시추한 석유를 제공하여 AI기술을 더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회사와 석유 회사의 연결을 통해 진행하는 현재의 행위들은 반환경적이며 비환경적입니다. 이처럼 최근에 디지털 기술의 사회 기반 시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런 환경과 디지털 기술의 관련성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김진주: 환경적인 고려는 고전적인 재료로 예술을 하는 작가들에게 언제나 고민이 되어 왔어요. ‘내가 이 재료를 쓰면, 이 기법을 사용하면 환경을 해치는 것은 아닐까, 작품을 보러 온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 아닐까, 작품을 만드는 나의 건강도 해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디지털 작업이라는 비물질 세계로 진입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비물질 세계에서도, 물질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기업의 AI와 석유 회사가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도 굉장히 의미심장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환경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여러 뉴스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김민아: 일단은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지기에 정리하기 바쁘고, 길을 잃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도 있고 가이드라인을 줬지만 정리하는 과정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행위가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행위이고 이들이 어떻게 환경과 연결이 되는지를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사회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정부 그리고 미술관에서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려고 구축 중이기에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요구됩니다. 한국에도 이미 몇십 개의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고 있고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기업의 경우에는 더 큰 데이터센터를 새롭게 짓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야기되는 환경 문제, 기후 변화를 우리가 고려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 산업은 과거의 중공업과 같은 산업과 비교하여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산업이라고 포장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고민해 보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진주: 그런 면에서 작가님의 이전 작업 중 전선과 관련된 〈Wired Ecology〉(2021)에 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민아: 디지털 사회적 기반 시설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고려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전선을 가지고 작업했습니다. 분산적으로 펼쳐진 전선에 대한 리서치를 웹에 옮겨와서 아카이빙했고 전선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케이블 세상에 관한 기록을 모은 비디오 작업도 제작해서 전시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전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길을 걸으며 헬멧에 붙어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수집된 사진 결과값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로 수집한 사진들은 머신러닝을 통해 디지털 사회를 이루는 핵심 기반 시설인 전선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머신 러닝 프로그램은 발전이 미비한 수준이기에 전선 이미지를 처리할 때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지워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훈련시켜서 전선을 인식한 학습 모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학습 모델을 테스트하고 싶은 분은 저에게 연락을 주시면 제가 만든 모델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김진주: 사회는 CCTV, 안면 인식 기술과 같은 수많은 장치와 기술을 통해 사람을 관찰하고 감시합니다. 이러한 감시 사회에서, 그리고 정보화, 데이터화되는 과정에서 다른 어떤 감각이나 기술보다도 이미지가, 이미지와 관련된 기술이 중요한 매체가 되어갑니다. 그래서 작가님도 시각적인 도구들을 먼저 선택한 것인지요?

김민아: 저는 우선순위를 두는 편은 아닙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데이터 시각화 분야에 더 익숙하지만 데이터 연구 분야도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대중에게 익숙하고 친숙하게 다뤄지는 부분은 데이터 시각화 분야이기에 저도 이와 관련된 툴을 우선적으로 선택했습니다.

김진주: 작가님께서 보여주신 전시 이미지를 보면 중층적으로 리서치하고 관찰한 내용이나 취득한 정보를 작가님의 생각대로 재배치한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민아: 우선 전시에서 선보인 영상은 케이블의 흔적을 모은 것입니다. 길을 걸으며 보이는 케이블들의 이미지를 수집하면서 평소에 사람들이 케이블을 하찮게 생각하고 배경으로 치부하지만 늘 우리 주변에 가까이 존재하는 케이블의 정체성을 네트워크, 보안, 전기로 구별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케이블 종(種)’입니다. ‘케이블 종’은 제가 붙인 이름이고 케이블이 생명체인 인간, 동물, 식물, 사물과 엮여서 어떻게 디지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가를 탐구하고 기록한 사진 작업입니다. 길거리에 케이블과 얽혀 자라는 식물들을 저는 케이블 식물이라고 명명하며 새로운 종으로 규정했습니다. 더불어 케이블 동물도 있습니다. 케이블 위에서 쉬는 비둘기, 능숙하게 케이블을 타고 새끼들을 얻고 건너가는 쥐와 비슷한 포유류도 이미 케이블 사회에 적응한 개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케이블 인간도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들이 케이블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고찰해 보면서 아파트에서 케이블을 배치하는 사람, 고압전선 선전탑 위에서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공생, 공존하는 법을 체득한 케이블 인간이라 보았습니다.

그리고 ‘케이블 미학’이라고 이름 지은 케이블 감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자 악기를 다루시는 분들 중 ‘모듈러 신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케이블을 자신의 미학적, 예술적 도구로서 이용합니다. 더불어 ‘케이블 고어’라는 트위터 계정 속 깔끔하게 정리된 케이블 사진들은 짜릿함이나 탄성을 내뱉게 만듭니다. 이를 보면서 케이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새로운 케이블 감각, 미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무선 전력 연구에 관하여 리서치한 후 다양한 종류의 케이블을 아카이빙하고 전시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무선 전력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고 장거리 무선 전력 연구는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블을 없애려고 하는 추세인데 정말 케이블이 없어지는 시대에 우리가 살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연구자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주의 태양광 발전을 위한 무선 전력 연구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태양광이 구름에 가려지고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있어서 받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적다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지구에서 직접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받아 전력을 전송을 할 수 있으면 고압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를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케이블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케이블이 새로운 화석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김진주: 이번 작품뿐만이 아니라 연관해서 데이터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다른 작업들도 함께 이야기 나눠 보았습니다. 온라인으로 강연을 듣고 계신 한 관객께서 “건물 뒤에 에어컨 냉각기가 줄지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느낀다”고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김민아: 네, 디지털 사회에 살아가는 인간들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김진주: 처음 나올 때는 소수였던 새로운 장르가 미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아가고 정교화되기 시작하면서 주류가 되고 따라서 그러한 작품에 관한 데이터가 많아지고, 또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그 새로웠던 예술도 오래된 예술이 되어 퇴행하는 흐름을 엿볼 수 있지요. 데이터나 디지털 작업을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는 재료 기법이라는 항목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민아: 제 주위에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혹은 다양한 장르를 구축하시는 작가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무척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국내외 작가들이 답하길 공공의 미술 교육 기관에서 재료 기법을 기입하는 방식, 절차 혹은 행위에 대해서 전혀 배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시를 할 때 당연하듯이 작품의 재료 기법을 양식에 제출해야만 하는데 가이드라인을 주는 갤러리나 미술관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는 재료 기법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서 곤란한 경우도 있고 혼합 재료라고 뭉뚱그려서 작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료 기법 데이터만으로 작품을 분석하는 것에 대한 편재와 과대 대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주: 작가님께서 이번 작업에 민달리 프로그램을 사용하셨는데, 이렇게 작품 제작에 사용된 프로그램들의 정보나 출처를 기입하는 것이 필요한 것도 같습니다. 혹은 많이들 쓰는, 상용화된 어플리케이션이기에 굳이 표기하지 않아도 될까요?

김민아: 오픈 소스를 사용할 때 크레딧에 밝혀야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이 드는 지점은 모든 재료와 기법을 다 기재해야 하는지, 그 기준점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용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 작품 5,654점의 재료 기법 데이터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재료로서 활용한 것인데 이것들 모두를 표기해야 하는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 동시대 미술에서 재료 기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이 꼭 미술을 정의 내리는 데 요구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김진주: 저는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새로운 예술 작품의 재료, 말하자면 디지털 기술 같은 것을 예술 정보값으로 새롭게 도입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로서 재료 기법은 고정되고 안정적인 상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이렇게 고정되지 않게 바라봐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비정형 상태로 두어도 좋은 것이지요. 기술지침에 흔히 ‘작가가 원하는 방식을 따른다’라고 명시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그렇지만, 분명하게 예술작품이 데이터의 조합으로서 분석되고 처리될 수 있는 대상이 되어버린 지금, 여기서 ‘분석된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생성한 정보를 데이터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여전히 처리가 어려운 비정형화된 데이터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고민이 커지는 지점입니다.

김민아: 예술의 방향성과 과학적 측면에서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의 영역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이터의 과학적 측면에서 비정형화된 데이터는 처리하기 어렵고 정형화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비교적 쉽기에 더 많은 연구와 아웃풋이 나옵니다. 그리고 비정형화된 데이터는 버려지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지만 예술에서 오히려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색다르게 윤색할 수 있습니다.

김진주: 강연을 듣고 계신 분들께서도 평소에 예술작품의 정보, 데이터, 재료 기법과 같은 항목들, 재료 기법 이외의 다른 항목들, 미술관에서 제공하지 않지만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데이터 항목들에 대해서 질문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을 기다리며 작가님의 새 작업에 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이고 흩어지며 우리의 주변을 거대하게 둘러싸고 있는 데이터를 새롭게 관측하고 수집하는 작업이라 들었습니다.

김민아: 네덜란드와 한국에서 활동을 하는 연성 작가님과 함께 미세먼지 데이터를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합정역 whatreallymatters에서 전시 《D: D-D-D (DUST: DOCUMENT-DIY-DEMONSTRATE)》(2022)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포스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양한 미세먼지 측정 현상과 측정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측정 행위를 다시 돌아보는 작업입니다. 이 전시도 저희가 진행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미세먼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 보았습니다. 미세먼지 측정의 행위, 미세먼지를 둘러싼 정치적 역할들, 미세먼지 관련 데이터, 과학적으로 먼지를 분류하는 정의들에 대해서 리서치를 하면서 ‘측정 행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만 번의 측정 행위가 나타나는데 이는 어떤 의미가 있고 수많은 미세먼지에 관한 정보가 우리에게 무엇을 언급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현재 에어코리아에서 운영하는 519개의 미세먼지 측정소를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대부분의 미세먼지 측정기는 보통 주민센터 같은 공공기관의 옥상에 위치한 풍향계, 풍속계 옆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상 측정소와 옥상 측정소에서 측정한 데이터의 차이 유무와 어디에서 측정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인지 혹은 왜 이렇게 많이 측정을 하고 있는지 등의 다양한 질문을 만들어 보면서 결론을 내리는 전시가 아닌 계속 발전해 나가는 과정의 전시를 구축했습니다. 《D: D-D-D》 웹사이트에 접속하시면 전시에 관하여 자세히 보실 수 있으며 이 웹사이트는 계속 업데이트 되어 미세먼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아카이브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김진주: 작가님께서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사운드 작업도 하시지요?

김민아: 제가 처음 시작한 작업은 전자 폐기물로 악기를 만들고자 시도한 작업인 〈Playful Obsolescence〉(2018)입니다. 필요한 재료를 수집할 때는 친구들이 제공해 주거나 제가 직접 쓰레기장을 돌면서 모았고 온라인을 통해서 구하기도 하고 세운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얻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든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는 각각 다른 소리가 나는 다섯 개로 구성되어 있고 이를 연주하는 퍼포먼스가 〈불안정한 연주(Unstable Play)〉(2019)입니다. 이것은 새롭게 연결을 바꿔가면서 연주를 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소리가 나고 어떨 때는 소리가 끊어지기에 전자 폐기물의 경제성과도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자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고 조마조마하게 연주를 하는 것이 퍼포먼스의 목적입니다.

관객: 작가님께서 물론 전자와 전기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진행하시겠지만, 연주를 하시다가 전기가 통한다거나 팍 터진다거나 하는 위험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들이 있었는지, 또 작품의 중요한 부분이 부서져서 피해를 보셨던 경험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민아: 그 정도로 위험한 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버려진 가전제품은 대부분 전압이 높지 않기 때문에 감전되거나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버려져 있는 전자 제품이 많기에 쌓여있는 먼지들이 오히려 제 몸에 해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진주: ‘데이터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고민한다’는 건 ‘재료라는 개체와 함께 그것과의 관계 맺는 세계의 문제도 생각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김민아 작가님의 환경과 미디어에 관한 여러 작업들 그리고 미술작품의 재료 기법 정보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눈 오늘 강연을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 그리고 온라인으로 들어주신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김민아, 〈불안정한 연주〉, 2019. 설치와 퍼포먼스. 작가 제공.
김민아, 〈데이터 클렌징 워크숍〉, 2020-2021. 작가 제공.

녹취록 초고 작성: 박지연
교정, 교열, 윤문: 권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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