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사이 쓰기: 작업을 그만두기, 지우기, 버리기, 없애기

봄로야
봄로야는 시각예술가이자 기획·매개자다. <답 없는 공간: 근사한 악몽>(2016-2018)과 <다독풍경>(2019)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물질세계의 뒤죽박죽한 창발을 상상하며 도시와 몸의 불가분한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사적 경험이 미술가, 작가, 음악가 등과의 대화와 협업으로 통과되어, 다른 사건으로 전개 및 발화되는 지점에 관심을 두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내러티브는 ‘우연적 해프닝’ 혹은 ‘사건 현장’의 단면처럼 표상되고, 드로잉, 텍스트, 미디어, 사진 아카이브 등 다양한 매체로 가시화된다.
김현정
김현정은 회화를 전공하고 미디어와 텍스트를 주로 다루며 예술 작업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지를 탐구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웹디자이너로 활동하였다. 세마 코랄 커미션 웹프로젝트인 봄로야 작가의 <-과 -사이 쓰기>에서는 웹디자인과 퍼블리싱 매체를 작가의 작업에 접붙여 디지털 공간을 연출하는 역할을 맡았다.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시각예술작가 봄로야는 온라인 참여자들의 ‘쓰기’를 통해 매체, 시간, 감정, 문장, 음(note)과 같은 기억과 감각의 요소들이 ‘다시 쓰기’로 향하는 웹프로젝트 〈-과 -사이 쓰기〉(2023)를 선보인다. 봄로야는 몇 년간 지녀 온 작업을 ‘그만두기, 지우기, 버리기, 없애기’ 등의 충동을 기반으로, 이전의 작업을 재맥락화한 전시 《봄못/양생 중(vernal pond/curing)》를 개최했다. 이번에는 그중 〈-과 -사이 쓰기〉를 웹의 맥락으로 옮겨와 재제작했다. 관객이 직접 손으로 눌렀던 피아노는 웹 프로그램으로 옮겨 오고, 지난 작품에 대한 답장으로서 15점의 드로잉과 21편의 텍스트를 선보인다. — 세마 코랄

봄로야, 〈-과 -사이 쓰기〉, 2023. 웹페이지 갈무리 부분. 웹 디자인 및 코딩: 김현정. 서울시립미술관 모두의 연구실 ‘코랄’(세마 코랄) 제작의뢰 작품.

이 프로젝트는 2023년 4월에 선보인 《봄못/양생 중(vernal pond/curing)》에서 출발한다. 몇 년간 작업을 그만두기, 지우기, 버리기, 없애기 등의 충동에 휩싸여 자신과 작업을 반복적으로 괴롭혔다. 그러한 심리를 이미 지운 작업을 신작으로 만들거나, 지우지 않은 작업과 자료를 정리하여 재맥락화하였다. 그중 〈-과 -사이 쓰기〉는 낡은 중고 피아노 건반에 꼽힌 편지를 관객이 선택해서 소유하고, 편지가 사라진 빈 건반을 악보화 하는 관객 참여형 설치물이다. 편지에는 본문 없이 24개의 ‘무엇’과 ‘무엇’ 사이 쓰기를 지시하는 한 문장만 쓰여 있다. 세마 코랄에서는 코딩 언어를 이용하여 피아노와 편지가 상응하는 웹 기반 프로그램으로 구축하고, 지난 수행에 대한 답장으로 15점의 드로잉과 21편의 텍스트를 선보인다.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며 부정적 감정과 경험이 어떻게 쓰는 행위가 되는지 함께 느끼고, 따뜻한 온도로 서로에게 스며들길 바란다.
— 봄로야, 작가 노트, 2023.

봄로야 작가의 〈-과 -사이 쓰기〉는 피아노 건반이 주요한 시각적 요소를 구성하는 작품이다 보니 웹페이지 bomroya.com/piano로 재구성한 경우도 자연스럽게 소리를 포함하게 되었다. 또한, 작가는 접속한 온라인 관객들이 이 작업에 수록된 글과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가 구성한 세계로 진입하고 결국 글을 쓰고 음을 그려 답신하는 참여로 이끌기 위해 적절한 환경으로는 모바일보다는 PC를 선택했다. 웹페이지에서 건반이 등장하기에 앞서, 작가는 웹사이트가 되기 이전 실물 작업을 만들게 된 계기, 웹페이지의 세부적 요소를 선택한 감각적 이유, 참여 방법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안내하는 글귀를 담았다. 피아노 앞에 서면 드는 어떤 감정의 상태나 몸의 자세가 있다. 서둘렀던 호흡도 순간 평온해지는 그런 상태이다. 이를 떠올리듯 사람들이 차분히 작가가 구성한 웹사이트의 면면을 살펴보며 편지로 만든 건반을 눌러 악보를 그려 보내주길 그려본다. — 세마 코랄

〈-과 -사이 쓰기〉에 관한 봄로야 작가와의 인터뷰 바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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