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카토 서킷: 신체와 땅, 지구적 여정의 회로

엄지은
엄지은은 신체를 매개로 비디오와 퍼포먼스, 그리고 리서치 작업을 통해 감각으로서의 서사를 탐구한다.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 세계의 리듬과 공명하는 순간에 주목하며, 현 시대의 개인의 감각이 어떻게 공동의 감각이 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방향성 없는 세계에 휘말리고 있음을 느끼며 지금의 방향감각은 무엇인지 찾아 헤매고 있다.
릴레이
릴레이는 김재환, 김형도로 구성된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다. 브랜딩, 웹디자인 및 개발, 전시, 출판물 등 그래픽디자인의 전반적인 작업을 수행하며, 국내 여러 문화기관 및 독립 큐레이터, 동시대 작가들과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엄지은 작가는 릴레이 사무실 벽의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개 포스터를 보고 협업을 요청했다. 릴레이는 〈피치카토 서킷〉의 작동 방식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하며 디자인과 개발을 맡았다.

세마 코랄의 커미션 연구로, 시각예술작가 엄지은은 신체와 땅이 연결된 회로를 그리는 웹프로젝트 〈피치카토 서킷(Pizzicato Circuit)〉(2023)을 선보인다. 관객은 웹페이지를 손으로 터치하면서 회로를 만들어/따라 간다. 어디로 갈지, 어떤 연결망을 만들어 낼지 모른 채, 손끝의 감각에 집중하며 회로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예상치 못한 엔딩에 도달하게 된다. (트랙패드 혹은 모바일로 경험하기를 추천한다.) — 세마 코랄

엄지은, 〈피치카토 서킷(Pizzicato Circuit)〉, 2023, 인터랙티브 웹, 40분. 서울시립미술관 모두의 연구실 ‘코랄’(세마 코랄) 제작의뢰 작품.

〈피치카토 서킷〉은 ‘신체의 손끝부터 발끝 그리고 땅의 관계가 하나의 연결된 물리적 회로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피치카토(Pizzicato)는 현악기를 손톱으로 현을 뜯어 연주하는 법인데, 〈피치카토 서킷〉에서는 이를 스크린과 손의 전자기적 반응인 ‘터치’와 포개었다. 회로 속 제한된 시야와 시점은 반복적인 물리적 신체 반응을 유도하고, 이야기는 회로의 스위치와 같이 이동과 동시에 출력된다. 작업을 경험하는 몸은 이야기를 빠르게 따라가고자 하는 급한 마음과 동시에, 어느새 저릿한 몸의 감각으로 인해 화면을 벗어나고자 하는 탈출의 욕구가 일게 될 것이다. 이제는 본능이 되어 의식과는 분리된 손끝의 감각을 재고하고 돌고 도는 회로 속에서 기꺼이 자유롭게 흘러주길, 또 경험한 모든 지구적 여정이 생명체의 일정한 본능 행동의 일부였음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 인내의 줄다리기 속으로!
— 엄지은, 작가 노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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